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0228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2부
3부
4부
해설:스밈 혹은 번짐의 내력
저자소개
책속에서
두근거리다
첫째 날, 종달새는 내 발등을 밟았다. 무릎을 가슴팍을 이마를, 끝내는 정수리를 밟더니 날아올랐다.
종달새는 내려오지 않았다. 둘째 날도 위로만 날아올랐다. 날갯짓에 털린 빛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렸다.
셋째 날, 종달새는 구름층을 지났다. 검은 구름과 흰 구름 틈새에 잠깐 날개가 끼었다.
넷째 날, 종달새는 뱃바닥에 찍힌 검정색 줄무늬와 줄무늬 아래에다 움켜쥔 까만 발가락 마디들만 보였다. 거기를 공중이라 했다. 다섯째 날, 종달새는 허옇게 센 속눈썹 털 몇 낱과 흰 눈빛만 보였다. 거기를 하늘이라 했다. 여섯째 날, 종달새는 점만 찍혀 있었다. 거기를 하늘 밖이라 했다.
일곱째 날, 종달새는 보이지 않았다. 배나무 가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났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강이 흘러갔다. 배 밭에 일제히 배꽃이 피었다.
장마철이 왔다. 풋배를 매단 가지들은 우레가 지나가는 순서대로 비를 맞았다. 흘러내린 빗물이 발등을 적셨다.
가을이 가고, 떨어진 잎들을 긁어모아 드러난 뿌리를 덮어주는 손이 보였다.
내일은 추울 것이다. 배나무 뿌리와 가지와 가지에 얹힌 강줄기도 얼고 종달새는 하늘 밖에서 얼 것이다.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차고 어둑한 머리 위에, 구름층에, 공중에, 하늘에, 하늘 밖까지 빛기둥이 섰다. 빛기둥이 받치고 선 아뜩한 높이가 보였다. 그때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근거리는 것이다! 두근두근거리는, 저어, 아뜩한 높이를 두근두근거리며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