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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02044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0-05-06
책 소개
목차
어린시절
옮긴이 해설_말의 바깥에서 희미하게 박동하는 어린 시절의 추억
작가 연보
기획의 말
리뷰
책속에서
―그럼 너 그걸 정말 할 거니?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 말이야…… 이 표현은 너를 정말 난처하게 하지. 너는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이것이 꼭 알맞은 유일한 표현이라는 점을 인정해. 너는 ‘추억을 회상하는 것’을 원해. 돌려 말할 것 없어. 바로 그거야.
―그래,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 그러고 싶어, 왠지 모르겠지만…… [중략]
―그래, 그런데 이번에는, 믿기지 않겠지만, 충동은 너로부터 오고 있어. 조금 전부터 벌써 너는 나를 부추기고 있어……
―내가?
―그래, 만류하고 경계함으로써…… 너는 그것을 떠오르게 하고…… 나를 그리로 몰아넣고 있어……
우리는 어딘가 시골에서 산책을 하고, 엄마는 콜리아의 팔짱을 끼고 천천히 걷고 있다. 나는 조금 뒤떨어져서 나무 전봇대 앞에 서 있다…… “그걸 만지면 너는 죽어,” 엄마가 말했다…… 나는 그것을 만지고 싶다. 나는 알고 싶다. [……] 나는 울부짖으며 그들 뒤로 달려가서, 엄마의 치마폭에 머리를 파묻고, 있는 힘을 다해 외친다. “나는 죽었어요……” 그들은 영문을 모른다. “나는 죽었다고요……” “대체 왜 그러니?” “나는 죽었어요, 죽었다고요, 죽었어요. 전봇대를 건드렸어요. 그러니, 된 거예요.” 무시무시한 것, 가장 무시무시한 것이 그 전봇대 안에 있었다. 나는 그것을 건드렸고, 그것이 내 안으로 들어와, 내 안에 있다. 나는 그것이 밖으로 나가도록 땅바닥에서 뒹굴며 오열하고 울부짖는다.
“가서 자거라, 걱정 말고……” 그가 나에게 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인생에 아무것도 그럴 가치가 없단다…… 알게 될 거야, 인생에선, 조만간, 모든 게 해결된단다……”
그 순간, 그리고 영원히, 겉으로 보기에는 어떠하든지, 아무것도 끊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끈이 우리를 서로에게 묶어놓았다…… 아버지가 느꼈던 게 뭔지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나이에, 아홉 살이 채 못 되었어도, 그 이후 여러 해에 걸쳐 조금씩 밝혀진 모든 것을 단번에, 한꺼번에 알아차렸다고 확신한다…… 아버지, 어머니, 베라와 나의 모든 관계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들은 거기에 감겨 있던 것이 펼쳐진 데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