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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2451
· 쪽수 : 319쪽
책 소개
목차
앤의 미래
지상 최후의 로봇
꼬리총
뱀
개의 자살
늪의 교육
이빨을 뽑으면 결혼하겠다고 말하세요
아이들은 가라
굴뚝
해설 아이와 노인, 상상과 표상 사이 _ 김대산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앤입니다. 나에게도 오늘 새 옷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람처럼 부푸는 치마입니다. 나는 이 옷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바람을 가득 담아 부풀어 오를 수 있으니, 그래, ‘날개’가 어떨까요. 이 치마는 정말 날개처럼 나를 아빠가 있는 높은 곳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다처럼 푸른 하늘을 헤엄치는 날개, 날개를 단 물고기…… 하지만 내가 어떤 상상을 하든 나는 앤입니다.
나를 이제 앤이라고 불러주세요._「앤의 미래」
정말 V는 남다른 사람이었죠. V는 저를 철저하게 감추었고, 저 혼자 몰래몰래 꺼내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저는 V의 그림자처럼, 아니 비밀의 화원처럼, 아니 어쩌면 V의 성기처럼 존재했어요. 누구나 짐작하지만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는 존재였던 거죠. 정말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아무에게도 드러내놓고 확인시키지 않지만 V의 연재의 정체성은 바로 저였을 거예요._「이뺠을 뽑으면 결혼하겠다고 말하세요」
V와 만나면 늘 숨바꼭질을 벌이는 것 같았다. 씨앗을 고르고, 야린 나뭇잎을 비비대며 잠시 한눈을 팔았을 뿐인데…… V는 어딘가 숨어버렸다. 진우가 결국 술래를 포기하고 터덜터덜 걷다 보면…… V는 판화가 오윤이 만들었다는 우리은행 외벽의 검붉은 테라코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양손 엄지와 검지로 사진틀을 세우고 있거나, 길모퉁이 쇼윈도 앞에 서서 수의를 입고 망건을 눌러쓴 마네킹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진우와 V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몸과 그림자처럼 골목길을 걸어갔다._「개의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