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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4317994
· 쪽수 : 400쪽
책 소개
목차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박성원
글렌 김유진
잘 가, 언니 조해진
아무도 아닌, 명실 황정은
아무도 거기 없었다 김선재
후 최진영
백일 년 동안 걸어, 나무 임수현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정용준
유리 최 이야기 장강명
추구(芻狗) 조영석
반대편으로 걸어간 사람 강태식
한밤의 산행 김혜진
내 사람이여 조수경
해설_기억에 관한 열세 개의 변주 김형중(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왜 서울에 있는 거지? 그 말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린 왜 고향에서 몇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걸까. 어쩌자고. 그건 말이야, 너희가 허약하기 때문이지. 중심에 비해서. J는 언제나 당당하게 말했고 그 당돌함에서 빛이 났다. 좋은 냄새도 나고. 중심이란 말처럼 중심 없는 말은 없을 거야. 그곳이 중심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이곳을 중심이라고 말하면 되는 거야. 너흰 그 사실을 알아야 해. (17p)
_박성원, <우리가 지금은 헤어져도> 중에서
옆자리의 남자는 진에게 음반에 대해 설명했다. 진은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침묵보다는 나았다. 그것은 짧은 피아노 소곡집이었
다. (…) 첫 번째 연주곡은 피아니스트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순서로 흘러나온 이별의 곡이기도 했다는 남자의 설명이 끝나자, 진은 어렴풋이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진은 이 연주자를 알고 있었다. 그 장례식은 1982년 10월 15일 열렸다. 그가 오랫동안 기억하리라며 책에 밑줄을 그었으나 금세 잊었던 그 남자였다. 평생을 고독하게 살다 홀로 죽었다, 로 마침표가 찍힌 피아니스트였다. 진은 갤러리에 온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57〜58p)
_김유진, <글렌> 중에서
닮았구나. 우리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늘 이렇게 말했죠. 제 얼굴에 당신의 과거가 있다고,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환하게 웃으며. 그리고 당신이 떠난 이후론 슬픔을 억누른 목소리로, 흔적을 찾듯 더듬는 눈길로, 닮았구나, 그들은 같은 말을 다르게 합니다. 다른 어조와 다른 억양으로, 다른 감정을 실어 말합니다. 서른 살 이후로 당신은 더 이상 나이 들지 않고 있으니 서른여덟 살의 저는 이제 당신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되어버린 셈이군요. 그렇다면 당신의 사라진 미래는 저 차창 안에 있는 건가요. 저토록 좁고 어둡고 고독한 곳이 당신이 있는 곳인가요. 말해주세요. 그곳에선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비에 젖어 추워할 일도 없으며 발이 시리지도 않다고, 그런 곳이라고……. (74〜75p)
_조해진, <잘 가, 언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