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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8392732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8-12-28
책 소개
목차
구름의 출처 7
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 41
카바레 81
쑥으로부터 121
병든 다음 163
지진 발생 시 행동 대처 요령 177
포도밭에서 너처럼 목이 말라 215
백일 년 동안 걸어, 나무 261
작가의 말 299
해설 | 윤해서(소설가): 말할 수 없다 말하고 싶다 잊고 싶다 잊을 수 없다 30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3년 전 8월 그날 오후가 고스란했던 건 나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해 겨울이 오기 전에 태국으로 떠나 27개월 동안 서른다섯 나라를 여행한 계호는 돌아오자마자 서울과의 이별을 선언했다. 계호는 서울을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봄여름 밤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서울과 남쪽 읍을 넘나드는 허공 아래에는 계호 혼자 있었다. 그날은 물론, 나는 없었다. 나는 혼자 계호가 입 다물었던 오후를 메아리 삼아 서울의 밤을 무작정 걸어 거인을 목격하게 되는데, 독창적인 생각도 아닌 시늉에 지나지 않는 산책의 시간이 밤인 까닭은 신은 어둠의 편. 하루는 자정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못생긴 나를 용서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진다._ 〈서울을 떠나지 않는 까닭>에서
빨래가 깔끔하게 마르면 여관에서 떠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그동안 젖은 걸음이 늪이 된 것처럼 통 움직일 낌새가 없었다. 노파 역시 여관의 모든 빨래를 도맡은 엄마더러 마음 놓고 머물라며 붙들었다. 아빠를 수소문하러 나가는 시간도 점점 늦어졌다. 엄마는 노파와 내실에서 고구마줄기를 벗기면서 말동무를 했다. 국수를 삶아 권유하는 노파를 위해 엄마는 찐 옥수수나 술떡을 사 오곤 했다. 기태는 처음으로 가방을 끌러 방학숙제를 끼적거리며 두 여자의 대화를 엿듣고는 했다._ 〈카바레〉에서
어디 하나 줘봐요.
낙원이 젖은 손을 옷자락에 쓱쓱 닦고 손을 내밀었다.
나는 오디를 쥔 손을 꽉 다물었다.
괜찮아요.
어쩌면 낙원도 그 미신에 솔깃해 엽록소가 부족해져 점점 창백해지는 건지도 몰랐다. 나는 망가진 오디를 버리고 뽕나무 가지에 매달려 가장 굵고 까만 오디를 하나 따 낙원에게 내밀었다. 낙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디를 본 것처럼 한참 들여다보더니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다네요._ 〈쑥으로부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