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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3106
· 쪽수 : 317쪽
책 소개
목차
투명인간
내가 잠든 사이
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불멸의 형식
무한히 겹쳐진 미로
증오의 기원
톰은 톰과 잤다
얼굴 없는 세계
화요일의 강
해설 출노령기(出盧嶺記)_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스스로를 자신의 몸 안에 은닉했다. 블라인드 너머가 전경들의 집결지였다. 그곳에서 중대 단위의 교대와 얼차려와 배식이 이루어졌다. 식판을 긁는 소리, 라이터 부싯돌 소리, 기합 소리, 그리고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탄식하는 소리와 울음도 들려왔다. 그는 더 이상 그 방에서 평온하지 못했다. 그는 매 순간 그들의 적의를 느꼈다. 그에게 문밖은 적으로 가득한 세계였다. 그가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그들 역시 이 방에서 생겨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뜻했다. 방 안의 사물들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방의 보호가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그 방은 더 이상 학생과 전경 들 사이의 텅 빈 완충지대가 아니었다. 그는 여기에서 죽는다면 자신이 우렁찬 군가에 눌려 죽은 최초의 인간일 거라고 생각했다._「마르께스주의자의 사전」
나는 앞으로 이런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육체를 내주지만 정신을 내주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 그와 정반대인 사람, 육체와 정신 모두를 내주지만 이를테면 발가락을 애무하길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방어하는 사람…… 그 모든 실패를 겪은 뒤에 나는 사랑이란 점령하지 않고 내버려둔 영역에서만 서식할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관념이라는 걸 깨닫게 되겠지._「불멸의 형식」
그는 칼을 쥔 채 방을 나섰다. 사물함에 그다지 소중하지 않은 사물 하나를 남겨두고 영영 그 사물함을 잊은 사람처럼. 눈동자 속에 옛사람이 산다. 나는 가끔 내 눈을 들여다본다. 혹시 그가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증오를 모르면서 내게 증오를 가르쳐준 쁘띠가._「증오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