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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3113
· 쪽수 : 368쪽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에필로그
해설 세계의 일식이 지나고 - 권희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만약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재빨리 거대한 빛 무리를 피해 길을 마저 건너거자 아예 뒤로 물러섰다면, 뭔가가 달라졌을까. 난데없이 술을 마시고 취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형을 제사 지내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마을 사내들의 조용한 흥취에 홀려 과하게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아예 마을 사내들과 어울려 늦게 술집에서 나왔다면, 달라졌을까.
그가 어려서부터 어머니에게 들어온 말 중에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게 있었다. 어머니는 형의 편을 들기 위해 그 말을 편의적으로 사용했지만, 그는 어떤 일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상관없어 보이는 여러 가지 일들의 연쇄가 전제되어 있다는 걸로 그 말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상황을 하나만 바꾸는 식의 가정은 도대체가 무의미했다. 그럼에도 이하인은 자신이 바닥에 나뒹군다고 생각한 짧은 순간, 그 길고도 가망 없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1부 pp.121~22)
“숲에 부엉이가 산다.
그 당연한 문장을 여러 번 되풀이해 읽어나가는 동안 박인수는 참을 수 없이 외로워졌다. 자신이 검은 나무숲에 숨죽여 앉은 부엉이같이 느껴졌다. 바람이 불면 무거운 날개를 쳐올려야 하는 부엉이가 된 것 같았다. 사방을 감시하며 머리통을 돌려 눈을 굴리는 부엉이 같았다. 가까운 곳에는 없는, 먼 곳에 있어 간혹 눈에 띄는 먹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부엉이 같았다.”
(2부 pp.184)
“취기는 그에게 모든 일은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고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며 삶의 여러 갈피 속에 고스란히 묻혀 누구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dl라고 생각하게 했고, 인생을 통째로 긍정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가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해버렸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 순간들이 인생의 다른 순간과 마찬가지로 곧 지나가버릴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2부 p.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