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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1438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3-03-27
책 소개
목차
저수지
아오이가든
맨홀
문득
누가 올 아메리칸 걸을 죽였나
만국 박람회
서쪽 숲
마술 피리
시체들
해설 | 시체들의 괴담, 하드고어 원더랜드_이광호
작가의 말
개정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오이가든이 안전할 리 없었다. 아오이가든은 도시에서 처음으로 역병 환자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였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밖에 있을 곳이 없었다. 가족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고 누구와도 마스크를 벗고 수다 떨지 않으며 같은 컵으로 물을 나누어 마시지 않으면, 같은 베개를 베거나 꿈길에서라도 만나 짧은 시간 얘기를 건네지 않는다면 아오이가든에서도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자니 처음에는 다소 불편했다. 조금 지나자 마스크를 쓰고도 밥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_「아오이가든」
시체는 왕피천 동쪽 끝자락에서 떠올랐다.
시체를 건져 올린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남자는 낚시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찌가 조금 굽어져 내려갔을 때 바로 감지하지 못했다. 시체는 얼마 전부터 호수 밑바닥에서 수초처럼 춤을 추고 있었을 것이다. 가스가 차올라 부력으로 떠오르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지렁이 미끼를 매단 남자의 낚싯바늘이 시체가 입고 있는 스웨터 앞섶을 건드렸다. 필라멘트실이 목을 휘감아 낚싯대가 아치처럼 깊게 구부러졌다. _「문득」
그는 시체의 일부인 그것을 덤덤하게 바라보았다. 다리는 가차 없이 썩어가는 것으로 자신의 죽음을 증명했다. 수분과 단백질, 핵산 등의 유기물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이미 삶과는 동떨어진 사물이 되었다. 그것은 그에게 인간의 몸이란 부패하기 쉬운 단백질 덩어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다. 다리를 보고 있자니 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썩은 곳이 없는지 찾아보고 싶어졌다. 할 수만 있다면 죽기 전 한 움큼의 방부제를 삼키리라. _「시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