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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32023830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페터 카멘친트
작품 해설 - 독일 문학 전통의 충실한 상속자
작가 연보
책속에서
처음에 신화가 있었다. 위대한 신은, 인도인이나 그리스인, 게르만인의 영혼 안에 신화를 창조하고 뜻을 표현하려고 애썼듯이, 모든 어린아이의 영혼에도 매일 또다시 신화를 창조한다.
내 고향의 호수와 산과 시내의 이름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작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푸르고 잔잔한 호수, 풍성한 꽃에 둘러싸여 햇빛 속에 누워 있는 가파른 산, 그 높은 봉우리 사이로 빛나는 눈 덮인 골짜기, 과일나무와 오두막과 회색빛 알프스 젖소들이 있는 산발치의 경사진 밝은 목장을 보아왔다. 내 여리고 작은 영혼은 깨끗하고 고요했으며 기다림 속에 있었으므로, 호수와 산의 정령들은 그들의 아름답고 대담한 행적을 내 영혼 속에 새길 수 있었다. 가파른 절벽과 암벽들은, 그들의 아버지였던 시절, 그때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는 시절에 대해 자랑스럽고 경건하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갈라지고 뒤틀리고, 몸부림치던 땅덩이로부터 산봉우리와 산등성이가 솟아나던 때를 이야기하였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들이 울부짖으며 으르렁거리며 솟아올라서 무턱대고 봉우리를 이루며 무너져 꺾였다. 쌍둥이 산들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은, 한 봉우리가 형제 봉우리를 옆으로 밀어 던지고 부숴버릴 때까지 계속됐다. 높은 곳의 골짜기에는 당시 그곳에서 꺾여져 내린 봉우리며 밀려나고 부서진 바위들이 아직 매달려 있어서, 해마다 눈이 녹을 때면 급류가 집채만 한 바위들을 굴려 내려 마치 유리 조각처럼 산산조각 내거나, 부드러운 풀밭 속으로 사정없이 쏟아부었다.
이 암벽 산들은 언제나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 산들의 가파른 절벽과 꺾이고, 휘어지고, 부서지고, 긁힌 상처투성이의 협곡들을 보고 있으면, 그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불굴의 투사와도 같이, 자랑스럽고 당당하고 준엄하게 말했다.
그렇다, 투사. 나는 이른 봄의 무시무시한 밤, 잔인한 푄 바람이 그들의 늙은 피부를 할퀴고 지나갈 때, 불어난 계곡물이 그들 옆구리의 싱싱한 새 살을 찢어낼 때, 그들이 급류와 폭풍을 맞아 싸우는 것을 보았다. 그런 밤이면 그들은 어두운 얼굴로 숨죽이고 찌푸린 채, 폭풍 속의 그 작렬하는 번개와 비바람에 맞서, 완강하게 버티고 선 뿌리로 대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고개를 숙이고는 온 힘을 다해 싸우는 것이었다. 그들은 상처 입을 때마다 분노와 고통으로 무시무시한 소리를 질러, 먼 곳까지 퍼져가는 격류에 싣고 그들의 끔찍한 신음 소리를 울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