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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7739
· 쪽수 : 167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새/배/구름의 키스/비/오대산 바람/빨간불/빨래/민들레 쓰나미/커피인간/최병소처럼, 지우기/미시령을 밤에 넘다
제2부
사월의 눈/섬/나무/수허재(守虛齋)/봄날/달/동강할미꽃/하얀 어둠/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무지/봄색(色)
제3부
새 4/빈집/새 5/거미 시론(詩論)/고양이 필법(筆法)/산길/제야/내놓은 길/제비꽃에 대하여/우포늪 백일장/말/가객(歌客)
제4부
시/두 풍경/수달/두 채의 성단(星團)/참꽃산/숲/애일당(愛日堂)/태풍의 길목을 지키다/울산 바다
제5부
현풍장/태종대 굿당/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매화우(梅花雨) 서사/방천시장의 봄/엉겅퀴/수북수북/별밤/밥/가창댐/대가야인들/사람들/붉은 강/전어(錢魚)/가을/눈 내리는 저녁
제6부
낙엽서(落葉書)/야적2010829/객귀 이야기/바다의 해산/휴대폰/시인/매화 무늬진 필리핀산 수석을 얻다/저녁의 나무/연애 간(間)
해설 바람의 기억들, 그 이후_ 김주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뒤표지 글]
나이 탓일까? 강을 바라보고 선 내 모습이 자주 돌아다보인다. 강뿐만 아니라, 산과 들 같은 자연의 갈피를 뒤적이고 기웃대는 발길이 잦다. 지겨운 일은 아니다. 내가 사는 도시 주위에 큰 강이 있는 걸 새삼 인식하고 자주 찾을 뿐이다.
강물은 강안을 긁으며 끊임없이 내게로 흘러온다. 그러나 상류는 이제 가늠이 안 되고, 하류는 고래 떼 왁자지껄한 먼 바다로 유입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늠이 안 되고, 너무 멀다고 느끼는 건, 내 것으로 하기엔 버겁기 때문이리라. 역시 나이 탓인 듯하나, 전혀 지겨운 일은 아니다.
상류로 치닫고 하류로 내닫는 그리움의 심사는 이제 채송화처럼 나의 가까이에 파도를 끓이며 피어 있을 뿐이다. 기실 강물은 어느 틈에 내가 접어 띄운 종이배를 싣고 간다. 그 배는 이내 물기에 젖은 채 풀려버리는데, 그 종이에 나의 시를 적어놓은 게 아닌지 은근히 마음 쓰인다. 그래, 나는 어디서든 그리움이 있던 자리에 꽃그늘인 양 희미하게 남겨진 향기의 바랜 어둠만 되새긴다. 그게 나의 시일지라도 지겨운 일은 아니다. 다만 그걸 의식하는 허전함과 한기(寒氣)가 더 진해질 뿐이다.
강물에 스스로가 띄운 종이배를 허둥지둥 탄 듯 멀미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