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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7821
· 쪽수 : 121쪽
책 소개
목차
야크 똥 / 공중 / 여수와 여수 사이 / 햇빛은 어딘가 통과하는 게 아름답다 / 구름장(葬) / 습탁(濕拓) / 건탁(乾拓) / 달의 궤도 / 바다가 번진다 / 수평선이라는 직선 / 단항리 해안 / 밀물 소식지 / 해안선 / 고래 울음 / 고딕 숲 / 나무의 대화록 / 나무가 비어 있다는 말을 들었다 / 우기(雨期) 음악사(音樂史) / 우산 / 빗소리 되기 / 겨울 저수지가 얼면서 울부짖는 소리는 군담소설과 다를 바 없다 / 목판화 / 건달불 / 물의 상자 / 물 위에 비친 얼굴을 기리는 노래 / 귀화 / 마중물 / 저수지를 싣고 가는 밤의 트럭 / 물속의 방 / 하루 / 만복사저포기 / 건달 저(樗) / 물통의 농업사략(農業史略) / 베고니아 사람이고 인형이다 / 나비 날개를 빌린 얼굴 / 그림자 속에서 만져지는 뼈 / 카메라 옵스큐라 중, 고독의 냄새들 / 카메라 옵스큐라 중, 길의 운명 / 사막의 발자국들 / 순례 / 산비탈 속속들이 다랑이밭이거나 가축이었던 촘롱 근처 / 식구 / 말의 눈 / 사면불 / 구름의 비례 / 호양나무 수림 / 춤을 부르는 소리, 구음(口音) / 금붕어 그림 / 검은 창고 /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 / 입원 / 메아리라는 종족 / 메아리 / 지하실 / 울고 있다 / 얼굴/얼룩의 반성 / 유령 / 기척
해설 검은 2인칭의 시_ 신형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뒤표지 글]
작업실을 지하실에 마련한 것은, 혹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에 대한 미련이 아닐까.“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라는 지하생활자의 독백은 내 심리에 잘 스며드는데, 얼마 전 산책길에서 나는 나를 경험했다. 내 대낮의 산책길인 금호강의 긴 방죽에서 초로의 사내와 조우했다. 늙은 사내는 구부정한 어깨, 퀭한 두 눈, 힘없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쉴 새 없이 뭐라고 중얼거린다. 아마도 욕지거리라도 뱉어내는가 보다. 하지만 그도 나처럼 햇빛이 절실하고, 누군가의 소망처럼 사람을 쬐는 것도 필요했다. 그는 나를 스치는 대신 내 육신을 통과했다. 아마도 사내도 나처럼 생의 예외에 대해 놀라지 않았을까. 몇 걸음 지나서 사내와 나는 고개를 돌려 서로 힐끔 바라보았다.
닮아가는 것은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다. 어둠과 어둠 사이도 비슷하다. 그러니까 내가 작업실로 지하실을 골랐던 건, 음악이 아니라 어둠 때문이다. 몇 년간 지하생활자의 생을 통해 나는 어둠을 관찰하고 음미하고 어둠에 스스로를 방기해왔다. 더 지독한 언어 탓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