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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9145
· 쪽수 : 254쪽
· 출판일 : 2021-11-03
책 소개
목차
나의 마르멜로
한 폭의 빛
( )
행렬
음,
애프터눈 티
푸른 열대어
얼굴 없는 밤의 초상화
한 겹의 어둠이 더
해설|진심의 시계 - 홍성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네가 말했다. 너는 양손에 열매를 하나씩 쥐고 있었고 그중에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비닐을 벗기자 잘 익어 빛깔이 선명하고 껍질이 단단한 열매가 보였다. 잠에서 깨어 한창 허기가 졌던 터라 입안에 금방 침이 고였다. 열매를 한 입 베어 물자 투명한 과즙이 팔뚝을 타고 흘렀다. 향긋한 향에 비해 열매는 여전히 시기만 했다.
그치만 열매는 맺지 않았으면 해.
진심을 다하고 싶지 않거든.
―「나의 마르멜로」
시계 방향으로 돈다. 그들의 오른편엔 언제나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호수를 바라본다. 왼편에 선 남자는 오른편에 선 여자의 뒷모습만을 본다. 오른편에 선 여자는 왼편에 선 남자의 얼굴을 잊었다. 손을 잡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떠나고 있다. 그들은 호수를 떠나지 못해서 남겨져 있다. 시간이 흘러 구름이 걷히고 호숫가에 서서히 빛이 들어찬다. 처음과 같은 양의 빛이 호수를 비추고 있다. 어느새 연인은 사라지고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 빛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한 폭의 빛」
아버지는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다 괜찮아지는 법이니까.
참지 못하면 달아나면 된다. 사는 건 줄기차게 도망가는 것이다. 혹시라도 길을 잃으면 손뼉을 치렴. 그럼 찾으러 가마.
동생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괄호 안에 온갖 활자를 꾹꾹 눌러 담을 수 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