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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32041148
· 쪽수 : 178쪽
· 출판일 : 2023-01-03
책 소개
목차
I. 연인들의 아토포스
사랑이라는 장소
헤테로토피아와 아토포스
연인들의 장소 없음
II. 욕조와 우주선
소음에 둘러싸인 방
베란다와 발코니
책과 의자가 있는 방
식물들이 있는 방
계단 아래의 침묵
지하실과 다락방
침대와 뗏목
욕조와 우주선
거울 뒤의 세계
우기의 유리창
우산 아래의 벤치
밤의 골목으로 가려면
III. 테라스의 리듬
밤의 운동장
서점에서 시작되는 일들
테라스의 리듬
다리 위에서 놓치다
자동차의 물리학
언젠가의 카페
두 개의 극장
자연사 박물관 앞에서
익명의 광장
몇 개의 기차역
국경과 공항
비행 중
이국의 거리에서
IV. 동굴에 관한 이론
흐르지 않는 강변에서
멀고 따뜻한 바다
얼굴 없는 돌 아래서
산이라는 섬
당산나무가 있는 숲
사막처럼
동굴에 관한 이론
연인들의 공터
검은 방
우리가 없는 방에서의 포옹
시간 너머의 창문
에필로그: 도래하는 장소로부터
참고문헌
후기: 이 책은 왜 쓰여졌을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장소들은 사랑의 신체와 같다. 사랑의 감정은 시간 속에서 명멸하는 것이지만, 사랑이라는 사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어떤 공간이 연인들의 장소가 된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사건의 개입 때문이다. 장소가 없다면 사랑은 구체적인 신체의 사건으로 실감되지 않는다. 사랑의 사건이 ‘함께 있음’의 행위라면, 장소는 함께 있음이라는 사건이 그곳에서 벌어졌음을 증거한다. 사랑의 사건은 장소 발생적인 성격을 갖는다. 사소하고 우연한 장소는 연인들의 시간을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개별성을 갖게 된다. 연인들의 장소는 임의적으로 탄생한다. 연인들은 장소를 발명한다.
헤테로토피아는 연인들의 장소를 둘러싼 흥미로운 영감을 제공한다. 연인들의 장소야말로 은밀하게 현실화된 유토피아로서 ‘반공간’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연인들의 다락방과 정원은 그들의 헤테로토피아인 것이다. 하지만 연인들의 헤테로토피아는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인들이 행하는 사랑의 사건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장소이다. 특정한 장소가 연인들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장소의 물질적・지리적・구조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연인들의 사랑의 ‘수행성’의 문제이다.
몸이 움직일 때마다 물이 출렁거리거나 또 하나의 피부와 만나 다른 감각이 시작된다. 욕조의 시간은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물의 시간이다. 욕조는 연인들이 가질 수 있는 거의 완벽한 공간이다. 이 공간은 세상에서 가장 좁고 따뜻한 바다로 연인들을 안내한다. 두 사람의 몸이 그 안에 들어감으로써 따뜻한 바다로의 유영이 시작된다. 두 몸의 부피 때문에 물이 갑자기 흘러넘칠 때, 이미 욕조의 항해는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몸속에 함께 들어앉은 쌍둥이 태아처럼 두 사람은 물 위를 유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