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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664
· 쪽수 : 25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딸램들
모질의 역사
바라보는 마음
돌 닮은 당신
달리기뿐
에필로그
산문 | 시장이랑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과 돌봄의 효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했던가. 동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사랑과 돌봄이 절대적인 열쇠이며 고귀하고 강력한 해답이어야만 어린 동지가 겪은 심리적 불우가 설명되었으니까. ‘좋은 돌봄을 겪은 아이는 괴롭지 않다’라는 명제가 참이어야만 그 대우인 ‘괴로운 아이는 좋은 돌봄을 경험하지 못했다’도 참이 될 터였다. 어린 동지는 너무나 괴로웠고 매일 밤 잠에 들며 내일 깨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기에, 괴로움의 원인을 반드시 어딘가에서 찾아내야 했다.
―「딸램들」
비행기가 날았다. 와, 비행기 이렇게 낮게 나는 거 처음 봐! 민망해진 사람들이 괜히 하늘을 가리켰다. 정한도 시선을 들었다. 비행기는 빠르게 날아 정한이 한때 잘 알던 곳 쪽으로 사라졌다.
지긋지긋해, 하고 엄마가 말하던 곳.
“밥 먹으러 가요.”
정한이 말했다.
“시장에 먹을 데 많거든요.”
밥 먹으러 가잔 말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아주 어렸던 때, 모든 게 서서히 침식되기 직전, 부모의 절망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낯선 시장에서 맛있게 먹었던 이사 날의 음식들, 그 기억 때문이었다.
―「모질의 역사」
그때 나는 그냥 울지 않았다.
사랑해, 명규 씨.
주문을 외듯 말하면서 울었다.
내가 너무 사랑해서 옥황상제님이 다시 보내주었나 봐.
명규 씨는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겠으나 또 너무나 당연히, 명규 씨라면 응당 그랬을 그대로, 나를 거두었다. 하루에 열 번 분유를 먹였고 혹 죽진 않았나 150번 들여다보았다. 손을 벌벌 떨며 병원비를 지불하였으며 아주 견고하게 얼굴을 어깨에 딱 고정하고는 내 파란 눈을 마주하며 싱긋 웃었다.
―「바라보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