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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2985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07-29
책 소개
목차
1부 레이디스
2부 테이크
3부 유어 타임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노보금은 미용실 거울 속에 비친 여자들을 한 명 한 명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은 크게 망신당하는 차소원을 보며 소리 내 웃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노보금은 그곳에서 자기 혼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낱 연속극. 고달픈 하루 끝의 오락거리.
여기에 엄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야박한 짓 아닌가. 존중한다. 존중하지 않는다. 어쩌면 두 개의 길만 떠올린 게 잘못인지 몰랐다. 여자들은 존중받지 않으면서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존중받으면서도 위로받지 못할 수 있었다.
장을 보고 나오는 이들의 손엔 각기 다른 광고 전단이 가득했다. 공짜 물건을 더 가져가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자 광장이 차츰 붐비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팻말을 든 시위자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걸 왜 해. 나는 할머니들 무조건 응원해. 누가 뭐래도 수술받고 싶으면 받는 거지.”
“맞아. 자기들이 뭔데 반대하고 난리야.”
학생들의 대화를 엿들은 마종은이 수세미를 도로 가방에 넣었다.
“해병대로, 해병대로. 북한으로, 북한으로.”
“레테타 결사반대. 레테타 결사반대.”
어떤 여자들은 결혼 후에 알게 된다. 이 세상이 어떤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는지. 비좁은 막사 안에 들어서고 나서야 바깥의 말뚝이 하나둘 눈에 띄는 것이다. 어린 시절엔 그냥 걸려 넘어지고 말았던 말뚝이, 재수 없었다며 웃어넘기고 말았던 말뚝이, 누워 있을 땐 잘 안 보이다가 일어나면 이렇게 촘촘하게 박혀 있는 줄 몰랐던 그 말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