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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6439477
· 쪽수 : 412쪽
책 소개
목차
무주지
컬러 필드
주희, 상수
옥토버
초록 소파
수치 없는 세계
회양목 사이로
천검 관광
방 안의 호랑이
패나
파경
누나와 보낸 여름
정생
해설 | 양경언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소개
책속에서
“새롭고 아름다웠어, 처음엔.”
“무주지는 생겨난 게 아니라 만들어진 곳이야.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 오래 시도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뜻인 줄 알겠냐고. 그러면 안 되니까, 그런 짓을 하면 안 되니까, 아무도 안 했던 거야.”
둘은 잠자코 있었다. 기정이 좁다란 강물을 한참 쳐다보다 말했다.
“이런 말 우습지 않아? 상황 봐서. 두고 봐야지. 열어놓자…… 난 다른 가능성은 전부 닫고 싶었어. 선택할 필요가 없었어. 너만 좋았으니까. 너랑 도영이만 있으면 다 좋았으니까.”(「무주지」)
컬러 필드의 링은 성적 페로몬에 따라 색을 드러냈다. 색은 날마다 조금씩 변했지만, 처음 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상황에 맞춰 가까이하고 싶은 색도 달랐다. 우위를 점하는 색은 없었다. 어떤 배색인지, 어떤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했다. 궁합 예상 확률을 점치는 글들이야 늘 돌아다녔지만, 무슨 색에도 어울리는 색이 있었다. 대체로 비슷한 계열의 색상끼리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서로를 완강히 밀어내는 보색끼리는 격렬하고 전투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길에서 뜨겁게 싸우는 커플은 네온옐로우, 딥퍼플의 조합. 아침 산책로를 따라 걷는 커플은 라이트그레이, 빈티지그레이의 조합인 식이었다.(「컬러 필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러워지기 마련인 이곳의 법칙들이 아직 그에게는 부자연스럽고 부당하기만 했다. 계단을 한칸 한칸 올라설 때의 기쁨이 누군가에 의해 내팽개쳐졌고 아무도 잘못한 쪽을 뜯어말리지 않았다. 스스로 자리를 내주었지만, 자신이 원한 양보도 아니었다.(「주희, 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