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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2044248
· 쪽수 : 174쪽
· 출판일 : 2025-07-29
책 소개
목차
서문 변화하는 행성 지구를 위한 문학
1장 뜨거워지는 세계에서 책 읽기
2장 회계의 혁명적 변화
3장 세계문학의 두 얼굴
4장 어떻게 세계를 편찬할 것인가
5장 미래를 위한 이야기들
감사의 말
도판 출처
옮긴이의 말—읽기의 전환, 생태적 감수성의 확장
찾아보기
책속에서
심각하게 파괴된 행성 지구의 생태계가 균형을 되찾기까지 6600만 년이 걸렸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광합성을 다시 시작할 시간, 무작위의 돌연변이들이 특정한 생태적 위치에 더 잘 적응할 시간, 오래된 종들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할 시간이 필요했다. 생명체들이 다시 생겨났지만 예전보다 작아졌고, 거대 포식자가 없는 상황은 박테리아와 포유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살아남은 공룡들은 공중을 차지했고 과거 그들이 누렸던 우월한 지위를 기억으로만 간직한 채 이따금 작은 포유류들을 사냥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행성 충돌의 흔적은 희미해졌다. 너비 100킬로미터, 깊이 30킬로미터의 분화구도 메워졌다. 마치 떠돌이 운석의 충돌은 일어난 적 없는 일 같았다. (서문)
이 이야기는 인간 주변에 그어진 선, 곧 성벽을 정당화한다. 숲에 사는 사람들은 괴물이고 제거되어야 한다. 숲은 삶의 장소가 아니다. 나무를 베고 그것들을 도시로 가져와 집을 짓고 가마에 불을 때서 벽돌을 단단히 굳히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흥미롭게도 『길가메시 서사시』는 이런 자원 추출을 설명하며 이 일을 수행한 두 영웅을 칭송케 한다. 그런데 이 서사시는 그 일에는 엄청난 대가가 따른다는 것 또한 보여주는데, 그들이 치를 대가는 두 침입자를 벌하기로 한 신들의 결정이라는 형태를 취한다. 길가메시는 살아남지만, 엔키두는 죽어야 한다. (1장)
외국 병사, 전염병, 수도사 들이 그들의 세계를 점령했고 그들의 책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글쓰기 체계에 관한 지식이 갑작스럽게 소멸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들의 글쓰기 문화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살아남은 세 사람의 서기는 절묘하지만 서글픈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옥수수로 인간을 창조한 이야기를 포함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존해 미래에도 읽히고 싶었다. 그러나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마야 문자에 관한 지식이 미래에도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그들은 승자들의 문자인 라틴어로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마야의 글쓰기와 스토리텔링을 겨냥한 파괴적 분노에도 불구하고 『포폴 부』는 은밀히 기록되어 보존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그 고유의 농업적 기반과 깊이 얽힌 이 위대하고 독특한 서사시를 우리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이름 모를 세 사람의 서기 덕분이다. (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