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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르 사전

하자르 사전

밀로라드 파비치 (지은이), 신현철 (옮긴이)
열린책들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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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르 사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하자르 사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동유럽소설
· ISBN : 9788932911830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11-09-10

책 소개

'열린책들 세계문학' 183권. 세르비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밀로라드 파비치의 '사전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알파벳순으로 배열되어 그들의 연대기를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창조적인 독서를 요구한다. '레드 북', '그린 북', '옐로 북'의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목차

복원 개정판 서문

하자르 민족에 관한 사전들
레드 북
THE RED BOOK
하자르 민족에 관한 기독교 문헌
그린 북
THE GREEN BOOK
하자르 민족에 관한 이슬람교 문헌
옐로 북
THE YELLOW BOOK
하자르 민족에 관한 유대교 문헌
부록 1
『하자르 사전』의 초판 편집인 테옥티스트 니콜스키 신부
부록 2
무아위아 박사 살인 사건의 재판 기록 가운데 증인들의 증언에서 발췌한 글
맺음말
이 사전의 유용성에 대하여
편집자 노트
작품 해설
꿈과 상징으로 이루어진 행복어 사전 이윤기

역자 후기

지혜로운 자를 위한 경전 혹은 낱말 맞추기 게임
밀로라드 파비치 연보
찾아보기

저자소개

밀로라드 파비치 (지은이)    정보 더보기
뛰어난 지성과 위트 그리고 누구보다 독창적인 문학 세계를 가진 작가. 세르비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밀로라드 파비치는 1929년 유고슬라비아(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났다. 베오그라드 대학을 졸업하고 자그레브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출판사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러시아 시인 푸시킨의 전문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1967년 첫 번째 시집『하늘색』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시집 『월석』, 단편집 『철의 장막』『러시아 사냥개』 등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1984년 첫 번째 장편 소설 『하자르 사전』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70여 개국에 번역되며 파비치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이후 소설『차로 그린 풍경화』『에밀리 노를 죽인 이야기』, 희곡 『영원과하루』 등을 발표했다. 노년에는 연극 연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모스크바와 뉴욕 등에서 자신의 희곡을 상연해 성공을 거뒀다.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지녔던 그는 동유럽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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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철 (옮긴이)    정보 더보기
경북 영주에서 출생하였으며, 199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에 당선, 현재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서로는 『죽은 병사의 전설』 『마르크스와 데리다』 『공모자』 『개구리를 먹어라』 『치즈 내것 만들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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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하루는 아테 공주의 시종들이 공주를 즐겁게 해줄 생각으로 두 개의 거울을 선물했다. 그 거울의 모양은 하자르의 다른 거울들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반짝거리는 소금으로 만들어진 거울이었는데 하나는 빠르고 다른 하나는 느렸다. 빠른 거울에 무엇인가를 비추어 보면, 그 속의 세상은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 있었다. 반면 느린 거울은 빠른 거울이 진 빚을 갚아 주는 셈이었다. 현재를 중심으로 해서, 앞에 말한 거울이 빠른 만큼 이 거울은 느렸기 때문이었다. 시종들이 아테
공주에게 거울을 가져다주었을 때, 공주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눈꺼풀의 글자들도 그대로 쓰여 있었다.
아테 공주는 느린 거울에 비친, 눈을 감고 있는 자기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눈을 한 번 깜빡거린 다음, 다시 눈을 깜빡거리기 전에 목숨을 잃었다. 다시 말해서 공주는 난생 처음으로 자기 눈꺼풀에 적힌 그 치명적인 글자를 읽은 것이다. 그녀는 죽기 직전에 그리고 죽은 직후에 눈을 깜빡거렸고 그것이 거울에 비쳤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에서 온 글자와 미래에서 온 글자가 동시에 공주를 죽인 것이다.


「꿈속에서, 그 여자는 나의 두 번째 아내였는데,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었습니다. 그 여자는 배꼽 위에 촛불을 얹고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묶은 채 누워 있더군요.」
이 말을 듣자, 노인은 울먹이면서 간신히 말을 이어 갔다.
「죽었어! 바스라에서부터 줄곧 그녀를 따라왔는데…. 그 사람의 혼령은 꿈에서 꿈으로 계속 옮겨 다녔습니다. 지난 3년 동안 계속 그 뒤를 밟았지요. 그 여자에 대한 꿈을 꾼 사람을 찾아다니면서 말입니다.」
비로소 마수디는 지금까지 찾아 헤매던 사람이 바로 눈앞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여자의 뒤를 쫓아서 그렇게 먼 길을 여행하셨군요. 당신은 꿈 사냥꾼인가요?」
「내가 꿈 사냥꾼이냐고요?」
노인은 깜짝 놀랐다.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입니까? 이보시오, 당신이 바로 꿈 사냥꾼입니다. 난 단지 당신의 기술을 존경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꿈에서 꿈으로 떠돌아다니는 인간들은 타고난 꿈 사냥꾼의 꿈속에서만 죽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다가 당신의 꿈속에서 죽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당신은 꿈을 꾸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냥을 계속 해나가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포도주 색깔의 눈을 가진 여자를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요. 그 여자는 당신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해 죽었습니다. 당신은 새로운 사냥감을 추격해야 합니다.」


어느 날 밤 말들이 달빛 아래에서 풀을 뜯고 있을 때, 한 천사가 카간의 꿈에 나타나 이런 말을 했다.
「창조주는 당신의 행동에 기뻐하시지 않고 당신의 속마음에 기뻐하십니다.」
카간은 꿈 사냥꾼을 불러 그 꿈의 의미가 무엇이며, 어째서 하자르인들에게 불행이 닥쳤는지 물어보았다. 꿈 사냥꾼 가운데 한 사람이 말하기를, 위대한 사람이 오고 있는 중이며, 시간이 그의 속도에 맞추어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카간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점점 더 작아졌으며,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카간은 하자르 민족 사제와 꿈 사냥꾼을 내보내고 유대인, 아랍인, 그리스인을 각각 한 사람씩 불러다가 자신의 꿈을 설명하도록 명령했다. 카간은 자기 자신은 물론 국민들까지 포함해, 세 사람 중에서 가장 훌륭한 해몽을 내놓는 사람의 종교로 개종하기로 결정했다. 카간의 궁정에서 세 가지 종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되었고, 카간은 아랍 측 참석자인 이븐 코라의 주장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븐 코라는 다른 무엇보다도, 다음 질문에 대해 가장 만족스러운 대답을 제시했다.
「우리의 감은 눈 뒤쪽의 완전한 어둠 속에서 발생하는, 꿈을 밝게 비추는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빛에 대한 기억인가? 혹은 날도 밝기 전에 우리가 내일로부터 미리 끌어다 쓰는 미래의 빛인가?」
「어느 경우라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빛이지요. 그러므로 어느 대답이 옳은가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질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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