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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32916330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3-09-30
책 소개
목차
짐
참을 수 없는 가우초
경찰 쥐
알바로 루셀로트의 여행
두 편의 가톨릭 이야기
문학+병=병
크툴루 신화
옮긴이의 말_ 참을 수 없는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 연보
리뷰
책속에서
오래전 짐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여태껏 그 친구보다 더 슬퍼 보이던 미국인은 없었다. 절망에 빠진 사람은 많이 봤다. 하지만 짐처럼 슬퍼 보인 사람은 없었다. 언젠가 그는 반년이 넘는 여정으로 페루로 떠났다. 그런데 오래지 않아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짐, 시가 대체 뭐예요? 멕시코의 빌어먹는 아이들이 그에게 물었다. 하늘을 쳐다보던 짐은 그 말을 듣더니 구역질을 했다. 어휘, 능변, 진리 추구. 주현절. 네 앞에 성모께서 현현하시는 것과 같은 거지. (……) 난 이제 시인으로서 기발한 뭔가를 찾아서 그걸 쉬운 말로 표현할 거야. 쉽고 흔한 말이 있을 것 같아? 난 있다고 생각해, 짐이 말했다.(본문 11면, 「짐」 중에서)
어찌할까? 자기가 사랑하는 도시를 방황하면서 낯설고도 익숙한 그 도시에 경탄하고 그것을 가여워하며 변호사는 생각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남아서 정의의 챔피언이 될까 아니면 팜파스로 돌아갈까. 팜파스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돌아가서 뭔가 쓸 만한 일을 해볼까, 글쎄, 토끼로 뭘 하지, 사람들과 뭘 하지, 불평 없이 날 받아 주고 또 날 참아 주는 그 가여운 사람들과 말이야. 도시의 그림자들은 그에게 어떤 해답도 주지 않았다. 너희 그림자들은 늘 그렇게 말이 없구나, 페레다는 한탄했다.(본문 50면, 「참을 수 없는 가우초」 중에서)
이내 그녀가 말했다, 아마 죽음에 이를 때까지 버려두거나 혹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을 목격하고 싶었겠지. 긴 침묵 끝에 이렇게 덧붙였다, 그가 미쳤다는 것과 그 일이 엽기적인 사건이라는 걸 기억해 두세요. 쥐는 쥐를 죽이지 않아요.
나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모르겠다. 잠들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내 내 어깨에 서장의 발톱이 느껴졌다. 자기를 따르라고 했다. 우리는 말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예상대로 시체 공시소에 있던 엑토르의 시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포식자의 배 속에 있길 바라네, 서장이 말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누구한테든 엑토르 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됐다. 사건은 종결됐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사건을 잊고 일하며 살아가는 것이었다.(본문 79~80면, 「경찰 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