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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6514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14-09-15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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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녀는 열다섯 명의 지원자를 둘러보았다. 그 누구도 방이 절실히 필요해서 오지는 않았다는 게 확연히 보였다. 그들은 고급 주택가에 사는 여자들로, 오로지 에스파냐 귀족 성을 가진 남자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온 것이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자, 사튀르닌은 속이 부글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귀족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프랑스인의 천박한 기질을 견딜 수가 없었다. 〈워워, 마음을 가라앉혀.〉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스꽝스러운 수군거림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마. 넌 방을 얻기 위해 여기 와 있는 거야. 그게 다야.〉
「전 당신의 여자가 아니에요.」 「내 여자요. 오늘 아침부터는.」 「천만에요. 전 계약서를 조목조목 읽어 보고 서명했어요.」 「그건 계약서에 담기에는 너무나 미묘한 문제지.」 「좋을 대로 말씀하세요. 전 당신한테 조금도 끌리지 않으니까.」 「나 역시 그렇소.」 「그럼 왜 절 당신의 여자라고 하시죠?」 「운명이니까. 오늘, 방을 얻기 위해 열다섯 명의 여자가 왔었소. 당신을 보는 순간, 난 즉시 당신과 함께라면 운명이 완수될 수 있으리라는 걸 알았소.」 「내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완수되지 않을 거예요.」 「그렇긴 하오.」 「따라서 아무것도 완수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이해하오. 당신이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건 당연하오. 난 매력적인 남자가 아니니까.」 「사람들에게 염증을 느꼈다고 하셨는데, 남자들에 대해 그렇다는 얘기였군요.」 「여자들도 지겹긴 마찬가지요. 하지만 그중 몇몇하고는 사랑이, 결코 싫증 나지 않는 사랑이 가능하지. 거기에 미스터리가 있소.」 사튀르닌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변태 놀이를 하시는 거예요? 당신은 방이 필요한 여자들을 집에 들이고, 유혹하고, 잘못을 저지르게 부추기고, 그리고 처벌해요.」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절 멍청한 여자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어떠한 구실로도 들어가서는 안 되는 암실을 직접 보여 줘요. 그러고는 그 방이 열쇠로 잠겨 있지 않다, 그건 신뢰의 문제다, 그 방에 들어간다면 당신이 알게 될 테고 그럼 크게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하죠. 당신이 그 금지된 방에 대해 그토록 집요하게 말하지 않았다면,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 방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전 당신이 그들을 벌하며 맛보았을 가학적인 쾌감을 능히 상상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