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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8082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7-06-30
책 소개
목차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7
옮긴이의 말 343
리뷰
책속에서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그 인간의 심장, 태어난 순간부터 활기차게 뛰기 시작해서 그 일을 반기며 지켜보던 다른 심장들도 덩달아 빨리 뛰던 그 순간 이래로 그 심장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것을 튀어 오르고 울렁대고 벅차오르고 깃털처럼 가볍게 춤추거나 돌처럼 짓누르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어질어질하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그것을 녹아내리게 만들었는지(사랑), 시몽 랭브르의 심장이 무엇인지, 스무 살 난 육신의 블랙박스, 그것이 무엇을 걸러 내고 기록하고 쟁여 뒀는지, 정확히 그게 뭔지 아무도 모른다.
마리안, 전화했었네. 갑자기 눈물(고통의 화학적 작용)이 쏟아져서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데 숀이 다시 부른다. 마리안? 마리안? 그는 아마도 좁은 부두에서 울려 퍼지는 파도 소리의 훼방으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마도 침, 콧물, 눈물을 전파의 잡음으로 혼동했을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손등을 깨물며 그토록 사랑하는 목소리가,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이 그럴 수 있듯이 친숙했던, 그러나 갑자기 낯설게 바뀐 그 목소리가 불러일으키는 공포로 얼어붙었다. 끔찍하도록 낯설 수밖에 없다. 그 목소리는 시몽이 겪은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던 시공간에서, 이 텅 빈 카페로부터 몇 광년은 떨어진 흠결 없는 세계에서 솟아난 것이니까. 그건 이제 불협화음을 낳았다. 그 목소리는. 세상을 혼란에 빠트렸고 그녀의 뇌를 찢어발겼다. 그건 이전의 삶의 목소리였으니까. (……) 마리안은 손에 든 휴대폰을 꼭 쥔다. 말해 줘야 한다는 두려움. 숀의 목소리를 파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지금 그대로의 숀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기회가 그녀에게 더 이상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시몽이 비가역 코마 상태에 빠지기 이전의 그 사라진 시간을 체험할 기회가 다시는 결코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 목소리의 시간 착오에 종지부를 찍고 그 목소리를 여기, 비극적 사건의 현재 속에 다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걸 안다. 그녀는 자신이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두 분의 아드님이 기증자가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됩니다. 부모는 외투와 가방을 챙긴다. 둘 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에 조급한데도 동작은 느릿하다. 그러니까 개죽음은 아니다, 이건가요? 숀이 파카 깃을 올리며 토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알아요. 다 압니다. 이식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린, 그게 시몽이란 말입니다. 우리 아들이요. 이걸 이해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