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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18907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8-05-25
책 소개
목차
1 베를린 / 되너 케밥
2 오네 / 케이크, 카르보나라, 수제 피자
3 식당들 / 투르느도 로시니
4 구타
5 직업 자격증 / 전통식 블랑케트 드 보, 사바용 프랑부아즈
6 초상화
7 라 벨 세종 / 버터 샐비어 뇨키
8 알리그르 / 돼지감자, 꾸리살
9 피로
10 아시아 / 포토푀, 부용
11 미식 세계 / 그라통, 잠두콩, 비둘기
12 코숑 드 레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여름 동안, 잔이 바로 그 현장에서 모로에게 보여 준 것은 예술가들의 얼렁뚱땅 요리, 모로가 알고 있는 요리, 각자의 역사가 뒤섞여 있는 친구들의 요리와는 전혀 딴판인 그 무엇이다. 잔은 모로를 다른 분야로, 생태주의의 영역으로, 대지의 자원이라는 영토로 이끈다. 이곳은 과일과 채소들, 그러니까 황금빛 배, 다이아몬드 호박, 이파리 달린 당근, 비프스테이크 토마토, 맛있는 뿌리채소들, 진보랏빛 개량종 가지, 그리고 파슬리, 샐비어, 쐐기풀 등의 야생초들로 이루어진 광대한 영역이다. 이곳은 목덜미를 잡아채야 하는 가금류들이 우글거리며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돼지에게 말을 걸고 태양이라는 이름의 황소가 떵떵거리는 그런 대륙이고, 인간적인 부엌이다. 또 다른 세상. 무슨 일인가 벌어진다. 모로는 잔이 대지와 계절에 주파수를 맞추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가는 것이 좋고, 그녀의 에너지와 그녀가 드러내는 기분의 투명성 ─ 솔직한 즐거움, 휘몰아치는 분노 ─ 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모로가 그녀의 행위와 걸음과 시선이 발산하는 자신감을 대하고 몹시 흔들렸을 거라고 확신한다.
처음부터, 모로는 마법의 공간이나 마찬가지이며 놀이터인 동시에 실험실인 부엌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그는 불과 물을 사용해 보고 여러 가지 기계와 조리 도구를 작동시키다가 곧 몇 가지 변환을 다스릴 줄 알게 된다. 용해와 결정, 기화와 비등, 고체 상태에서 액체 상태로의 이행, 냉에서 온으로의 이행, 백에서 흑으로의 이행 ─ 그리고 그 반대도 ─ , 날것에서 익힌 것으로의 이행을. 부엌은 세계의 변모가 일어나는 무대이다. 그리하여 요리라는 행위는 정해진 법칙을 따르는 놀이와는 다른 것으로 빠르게 바뀐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가르침이고, 화학과 감각의 모험이다.
모로는 젊음을 발산하고, 침착하고, 우울하고, 은밀하다. 한 마리 고양이. 레몬 띄운 페리에 한 잔. 그 잔을 쥔 손. 대번에, 묘사해야 할 대상이 그 손이 된다. 그 손은 일을, 늘 일을 한다. 그건 놀라운 전문성을 발휘하는 도구, 제작하고 만지고 느끼는 ─ 감지기 ─ 감각적인 도구이다. 손가락 마디들이 특히 인상적인데, 3옥타브 넘어서까지 정확한 음을 짚어 낼 수 있고 재빨리 쫙 펼쳐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가지 동작들을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처럼 길쭉하고 힘차다. 노동자의 손이자 예술가의 손. 따라서 희한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