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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32923550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09-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건물 발치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노는지, 사람들은 쇼핑몰 레 트루아 퐁텐의 실내 통로를 어떤 모습으로 거닐고 버스 정류장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는지 지켜보았다. RER에서 오가는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다시 보지 못할 장면, 말,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몸짓, 벽에 그리자마자 곧 지워질 그라피티 들을 그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내 마음속에 어떤 감정, 동요 혹은 반발을 촉발하던 그 모든 것을.
나는 이 일기를 1992년까지 써나갔다. 르포나 도시 사회학적 조사가 아니라,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으려는 시도라고 하겠다. 욕망과 욕구 불만, 사회 문화적 불평등이 읽히는 것은 바로, 내 생각엔, 계산대에 서서 자신의 쇼핑 카트에 담긴 내용물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프스테이크를 주문하거나 그림을 평가하려고 입에 올리는 말들에서다. 고객에게 모욕을 당하는 계산원과 사람들이 피해 가는 구걸하는 노숙인, 사회의 폭력과 수치에서 ─ 너무 익숙하거나 흔해서, 하찮고 의미가 결여된 듯 보이는 그 모든 것에서. 우리가 세계에 대해 갖는 경험에 위계란 없다. 장소나 사물이 자아내는 느낌과 사유는 그것들의 문화적 가치와 무관하며, 대형 슈퍼마켓 역시 콘서트홀만큼 의미와 인간적 진실을 제공한다.
이제, 내면 일기를 쓰면서 자아를 성찰하기보다는 외부 세계에 자신을 투영하면서 더욱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는 확신이 선다. 바로 전철이나 대기실에서 스쳐 가는 이름 모를 타인들이 흥미나 분노 혹은 수치로 우리를 뚫고 지나가며, 그러한 감정들을 통해 기억을 일깨우고 우리 자신에게 우리를 드러내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