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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918723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8-01-10
책 소개
목차
1 루테피스크
2 초콜릿 아바네로
3 스위트 페퍼 젤리
4 월아이
5 골든 밴텀
6 사슴 고기
7 바
8 더 디너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식단표를 보니 땅콩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들이 있네요.」
「어떤 거요?」
「음, 3개월 된 아기에게 돼지 항정살을 준다고 했잖아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아요.」
「퓌레인데도요? 그러면 양념한 고기를 먼저 줄까요? 아니면 뼈째 구워서 데미글라스용 돼지고기 육수를 낼까요? 어차피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요.」
「지금 헛매커에서 일하시죠? 보호자분이 만든 돼지고기 항정살 요리는 환상적이에요. 하지만 아기에게는 두 살이 되면 먹이세요.」
「두 살이요?」 라르스는 굳이 이 대화가 자신의 심장을 찢어 놓았다고 의사에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의사는 이미 그의 심정을 아는 것 같았다.
「보호자분이 삶의 열정을 첫 아이와 나누고 싶은 심정은 이해합니다. 늘 이런 부모들을 봐요. 물론 열정의 대상은 제각각이지만요. 다 때가 있어요. 당장 첫 석 달 동안은 모유와 유아용 유동식만 먹이세요.」
「끔찍하군요.」 라르스가 말했다.
「제길.」 그가 소리쳤다. 그는 싱크대에서 머그잔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채워 편지가 떨어진 틈 속으로, 검게 타버린 되찾을 길 없는 편지 위로 쏟아 버렸다.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잘 처리한 후, 그는 마침내 거실로 달려가 울고 있는 아기를 품에 안아 들었다. 자신이 실수로 태어났다는 말을 에바가 절대로 듣지 못하게 하겠다고 그는 굳게 마음먹었다. 엄마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을 버린 편지를 결코 읽을 일도 없을 것이다. 사실, 그가 살아 있는 한, 에바는 엄마에 대해 나쁜 말조차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의 입에서는 말이다. 대신 무슨 말을 들려줘야 할지 그는 좀처럼 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지금은 단둘이 남겨진 아빠와 딸이 함께 목 놓아 울 때였다.
에바가 아이라서 가장 싫은 것 중의 하나가, 인생에서 아이 시절이 제일 좋을 때니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말고 편히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는 어른들의 말이었다. 그런 잔소리를 들으면 에바는 자신의 몸뚱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감옥처럼 느껴져서, 마음속에서 그녀의 칠리 고추로 도피를 했다. 그 고추들은 벽장 속에 설치한 생장 촉진 램프 아래 놓인 암면 기질(基質)에서 자라고 있었으니, 고추 입장에서는 에바의 처지만큼이나 미(美) 농무부 기준 내한성지도 5b 감옥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에바와 달리 칠리 고추들은 조물주가 의도한 대로 아름다웠다. 가장 높이 자란 초콜릿 아바네로는 그녀의 허리께까지 왔으며 성장 주기가 끝날 무렵에는 단단한 녹색 줄기에 반짝이는 근사한 갈색 칠리 고추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 고추를 잡고 손끝으로 매끈한 둘레를 훑으면 고추의 따스함과 생명력, 아낌없이 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