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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32919652
· 쪽수 : 720쪽
· 출판일 : 2019-08-10
책 소개
목차
구조선 / 아이슬란드의 태양 / 메마른 삶 / 풍수 / 약점 / 교착 상태 / 무기력
비밀 정원 / 영웅의 작품 / 「테베의 태양」 / 계략 / 교차선 / 낯선 세계 / 담배 연기 / 부러뜨린 나무껍질 / 카페 / 사람의 노동에 관해서 / 후작 / 까마귀 / 비닐 랩 / 잔해 / 조악 양식 / 사나이들 / 수습책 / 바다를 바라보는 바보 / 까마귀 울음소리 / 벨레사르 / 구역질 / 교만이라는 죄 / 이성과 균형 /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 죽은 이들을 불러내기 / 불면증 / 이중벽 / 음모 / 악어의 마음 / 무대 / 폭풍우 공포증 / 부탁 / 탄식 / 메아리 / 치자 꽃잎 / 이제 그만 / 폭풍우 / 기쁨의 성사 / 인사, 그리고 막 / 집으로 /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지금 농담하는 거죠?」
「제가 드린 말씀은 모두 사실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해 보세요. 제가 증거를 보여 드릴 테니까요.」
마누엘은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려 경비원을 힐끗 보더니, 다시 그리냔을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알바로가 귀족이었단 말이잖아요. 참, 후작이라고 했죠. 그뿐만 아니라 넓은 땅과 저택이 있고,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가족도 있다고요. 그럼 이제 아내와 자식들이 있다는 이야기만 남았겠군요.」 마누엘이 비꼬듯 말했다.
「여러모로 신경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견딜힘이 없어요.」 그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노게이라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대신 마누엘의 눈을 빤히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주차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알바로는 살해된 겁니다.」 노게이라가 그의 등에 대고 말했다. 마누엘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사고로 죽은 게 아니에요. 살해된 겁니다.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모든 게 묻힐 거예요. 평생 그 짐을 안고 살 수 있겠어요.」
마누엘은 온몸이 마비된 듯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그 순간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혹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무시무시하면서도 불가해한 어떤 힘이 그를 현실로 내던져 버린 이상,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치든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할 일은커녕 아무런 열의도 갖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그저 세상이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기만 했다.
피해자와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행하는 것도 아니라면, 저 남자는 왜 굳이 무모한 일에 뛰어들려는 것일까? 그 이유를 도통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상류 계급에 대한 반감과 동성애 혐오 그리고 기성 체제에 대한 반항심 등을 감안하고도 어떤 강력한 이유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마누엘은 그가 수상한 이유를 숨기고 있지 않기만을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