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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삶과 문학

하퍼 리의 삶과 문학

김욱동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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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의 삶과 문학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하퍼 리의 삶과 문학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작가론
· ISBN : 9788932920214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0-04-25

책 소개

하퍼 리의 인생과 그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저서. 헤밍웨이, 샐린저, 조지 오웰 등 중요한 고전 문학을 번역하고 소개해 온 김욱동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소설가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하퍼 리의 생애를 조망했다.

목차

들어가며
1장 하퍼 리의 삶과 문학: 앨라배마의 제인 오스틴
2장 『앵무새 죽이기』: 자아의 벽을 넘어 타자로
3장 『파수꾼』: 환멸을 찾아 떠나는 여행
참고 문헌

저자소개

김욱동 (지은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미시시피대학교에서 영문학 문학석사 학위를,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문학박사를 받았다.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서구 이론을 국내 학계와 문단에 소개하는 한편, 이러한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국문학과 문화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여 주목을 받았다. 하버드대학교, 듀크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등에서 교환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은유와 환유》, 《수사학이란 무엇인가》, 《번역의 미로》, 《소설가 서재필》, 《눈솔 정인섭 평전》, 《오역의 문화》, 《번역과 한국의 근대》, 《외국문학연구회와 <해외문학>》,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시인은 숲을 지킨다》, 《문학을 위한 변명》, 《지구촌 시대의 문학》, 《적색에서 녹색으로》, 《부조리의 포도주와 무관심의 빵》, 《문학이 미래다》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무기여 잘 있어라》,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외에 《위대한 개츠비》, 《왕자와 거지》,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동물농장》, 《앵무새 죽이기》, 《이선 프롬》,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등이 있다. 2011년 한국출판학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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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나는 이제 내 운명을 개척해야 하는구나, 이제 즐겁게 빈둥거리던 생활을 청산해야 하는구나,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나는 요크 애비뉴 1539번지 아파트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다가오는 해에 입을 버뮤다 반바지 세 벌을 미리 구입했어.


이렇게 하퍼 리는 이스트사이트 아파트에서 『앵무새 죽이기』 원고를 고쳐 쓰고 또 고쳐 썼다. 때론 희열을 느낀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망과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어느 겨울 밤, 초라한 요크 애비뉴 아파트의 책상에 앉아 타이프로 친 원고 한 페이지를 읽고 또 읽었다. 갑자기 그녀는 지금까지 써왔던 원고를 주섬주섬 모아 창가로 들고 가 창밖의 눈 속에 집어 던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 테이 호호프에게 전화를 걸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다. 호호프는 그녀에게 어서 빨리 밖으로 나가 원고를 주워 모으라고 하였고, 호호프의 말을 듣고 하퍼 리는 대충 옷을 걸치고 어둠 속으로 내려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원고를 주워 모았다. 평소 그녀는 〈작가가 되는 것 말고는 어떤 일에서도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때로는 이렇게 깊은 절망감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네가 쓰고 싶은 작품이 무엇이든 그것을 쓸 수 있도록 네 직장을 1년간 쉬었으면 해. 메리 크리스마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에요?」
「쪽지에 쓰여 있는 그대로야.」
하퍼 리는 어안이 벙벙하여 몇 초 동안 말문이 막혀 가만히 서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엄청난 도박이에요. 무척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고요.〉 그러자 마이클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아니, 넬. 모험이 아니야. 이건 아주 확실한 일이거든〉이라고 대꾸했다. 브라운 부부는 하퍼 리가 작가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뉴욕시에 왔지만 막상 항공사 일에 치여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던 터였다. 예나 지금이나 항공사의 티켓 판매나 예약 담당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래서 1년 동안 영국해외항공사를 휴직하고 오직 글 쓰는 일에만 전념하도록 그녀에게 재정적 뒷받침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무상으로 돈을 준 것은 아니었다. 작가로서 성공하면 갚으라고 빌려준 것과 다름없었다. 하퍼 리는 이 돈을 〈선물〉 대신에 〈빚〉이라고 자주 불렀다. 그러나 아직 작가로 데뷔조차 하지 않고 문단 말석에 자리도 얻지 못한 작가 지망생에게 1년치 생활비를 빌려준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사귄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 친구는 말할 것도 없고 가까운 일가친척도 선뜻 내리기 힘든 결단이다. 하퍼 리가 브라운 부부에게 〈엄청난 도박〉이라고 말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뒷날 작가로 대성공을 거둔 뒤 1961년 『맥콜』 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브라운 부부의 행동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날 일어난 기적에 어리둥절하여 나는 창가로 다가갔습니다. 새로운 삶을 멋지게 시작할 기회가 완벽하게 주어진 겁니다. 그것은 관대함에서 우러나온 행위가 아니라 사랑에서 우러나온 행위였지요. 〈우린 너를 믿어!〉라는 그들의 말이 정말로 내 귓가에 쟁쟁 울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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