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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5679133
· 쪽수 : 616쪽
· 출판일 : 2025-12-22
책 소개
『노벨문학상의 세계』는 1901년부터 인류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온 사유의 정점을 한 권에 담아낸 인문 교양서다. 인공지능의 도래로 인간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과거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가 우리 앞에 등장하고 있는 지금,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감각과 상상력, 윤리적 성찰의 가치는 더욱 또렷해진다. 노벨문학상은 이러한 질문에 시대마다 응답하며, 인간다움의 본질을 꾸준히 주목해왔다.
이 책은 한강 작가의 삶과 문학을 집중적으로 조망한 제1부를 시작으로, 소설·희곡·시라는 세 장르를 따라 네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한강, 알베르 카뮈, 어니스트 헤밍웨이, 조지 버나드 쇼,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등 이미 국내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는 물론 네이딘 고디머, 헤르타 뮐러, 다리오 포, 데릭 월컷 등 상대적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낯선 이름도 함께 조명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노벨문학상이 구축해온 세계문학의 지형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작품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장은 해당 작가와 작품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직접 집필해, 학문적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이는 대학이라는 높은 담장 안에 머물러 있던 인문학을 일반 대중의 곁으로 불러내는 시도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고 싶었으나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망설이던 독자에게 이 책은 친절하면서도 믿음직스러운 가이드북이 되어준다.
『노벨문학상의 세계』는 독자에게 이렇게 질문을 건넨다. 인간성이 빠르게 마모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왜 여전히 ‘문학’을 읽어야 하는가?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물음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게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선택한 시대의 목소리
노벨문학상은 뛰어난 문장을 골라내는 상이 아니라, 한 시대의 고통을 사유하고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를 선택해왔다. 전쟁과 폭력, 식민과 분단, 억압과 침묵으로 얼룩진 20세기부터 인류사에 큰 전환점을 맞은 현재까지, 문학은 언제나 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인간성의 결정체다. 『노벨문학상의 세계』는 이러한 흐름을 따라,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에서 태어난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존엄과 윤리를 붙잡아왔는지를 차분히 돌아본다.
이 책은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삶과 문학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제1부에서 시작한다. 독자는 제1부를 통해 스웨덴 한림원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한 한강 작가의 문학 세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제2부에서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거장들의 문학 세계를 살펴본다. 개인의 내면과 도덕적 갈등을 집요하게 파고든 토마스 만과 앙드레 지드에서 시작해, 미국 남부의 폭력을 모더니즘으로 표현한 윌리엄 포크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을 고발한 네이딘 고디머, 독재정권 아래에서 문학으로 저항한 헤르타 뮐러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등으로 이어진다. 이는 시대와 대륙을 초월하는 소설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제3부는 ‘희곡’에 주목해, 무대 위의 언어를 통해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 조지 버나드 쇼와 다리오 포 그리고 무대 예술의 한계를 끝없이 실험한 페터 한트케의 작품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제4부에서는 ‘시’라는 압축된 형식의 문학으로 시야를 확장시킨다. 아시아문학을 세계문학으로 편입시킨 타고르의 시 세계부터, 여전히 21세기에도 실존하고 있는 식민주의를 농축된 언어로 조망한 데릭 월컷까지 제4부는 시가 역동하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인간성을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시대를 통과한 문학,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다
『노벨문학상의 세계』는 노벨문학상을 ‘문학적 성공을 증명하는 권위’가 아니라, 시대를 응축해 담은 문학에 보내는 하나의 ‘응답’으로 바라본다. 전쟁과 폭력, 식민과 분단, 차별과 억압 등 인간성과 비인간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문학은 언제나 가장 예민한 감각으로 세계를 기록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작품을 오늘의 시선으로 다시 읽으며, 문학이 어떻게 시대와 맞닿아 있었는지를 짚어본다.
특히 이 책은 작품을 숭배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영예 뒤에 가려진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작가’에 주목하며, 그들의 삶과 선택을 독자가 자신의 삶과 자연스레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대 속에서 감내했던 고뇌와 타협은 물론, 현재의 도덕적 시선으로 보았을 때 비판받을 수 있는 한계까지도 가감 없이 담았다. 이를 통해 『노벨문학상의 세계』는 세계문학을 멀리 있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다시 읽히는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읽기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사유
『노벨문학상의 세계』는 상의 역사나 수상자 목록을 정리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지 않는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왜 여전히 인문학이 중요한가’라는 질문이다. 기술의 발달과 사회 구조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간의 감각과 윤리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들은 너무 쉽게 외면받는다. 우리는 이 시대에 무엇을 기준점 삼아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길을 잃곤 한다.
노벨문학상이 주목해온 작품들은 이러한 변화의 국면마다 인간이 무엇에 주목하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은 ‘인문학의 정수’인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질문에 응답해온 문학을 통해,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책의 말미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연표와 독자가 스스로 사유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한 번 더 생각하기’를 수록했다. 이는 해설이나 정답을 제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독자 개인의 독서 경험을 정리하고 사고의 방향을 점검하기 위한 참고 자료에 가깝다. 『노벨문학상의 세계』 읽기가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목차
책을 내면서|윤재석·5
제1부 한강의 삶과 문학
한강의 문학은 통각(痛覺)하는 영혼의 서사, 연대와 치유의 세계다(양현진)·14
『검은 사슴』에서 한강이 전하는 말(김규종)·58
제2부 소설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의 죽음』(안인희)·84
앙드레지드의 『반도덕주의자』 『좁은 문』 『전원교향곡』(동성식)·112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 『팔월의 빛』 『압살롬, 압살롬!』(김욱동)·136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류은영)·168
네이딘 고디머의 『보호주의자』(이석호)·194
J.M. 쿳시의 『추락』(왕은철)·212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어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김욱동)·234
V.S. 나이폴의 『미겔 스트리트』와 『도착의 수수께끼』(손나경)·266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와 『숨그네』(서은주)·290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도시와 개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염소의 축제』(송병선)·312
모옌의 『붉은 수수 가족』(이선옥)·340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 『방랑자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최성은)·366
제3부 희곡
조지 버나드 쇼의 『인간과 초인』과 『피그말리온』(김소임)·394
다리오 포의 풍자극 『미스테로 부포』와 『무정부주의자의 사고사』(장지연)·420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인성기)·452
제4부 시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 세계와 『기탄잘리』(홍은택)·488
파블로 네루다의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김현균)·508
데릭 월컷의 「크루소의 섬」 「아칸소의 유언」 「40에이커」(이영철)·528
미주·551
참고문헌·565
노벨문학상 수상자 연표·577
한 번 더 생각하기·589
지은이 약력·607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강은 마치 박음질하듯 창작 세계를 이끌어간다. 앞서 썼던 자신의 글을 고민하며 들여다보고 자신의 발언을 곱씹으며 되돌아간다. 갔던 길에서 다시 시작한다. 주춤거리는 그의 이야기는 그래서 신뢰가 간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나아가기 때문이다.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언어를 통해 인간다움을 유지하려는 문학의 본원적인 사명이 모든 생명파괴 행위에 반대하는 것임을 한강은 분명하게 피력한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인간인 까닭은 인간과 인간의 격의 없는 유대 관계에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입증하는 자세일 것이다. 가장 깜깜한, 출구 없는 어둠 속에서도 우리가 인간임을 기억하고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문학을 통해서 풀어내야 하는 과제라고 한강은 힘주어 말한다.
카뮈의 문체는 AI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단순하고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둘은 다르다. 카뮈는 꽉 차 닫혀 있지 않고, 투명하게 열려 있다. 문학은 거울처럼 투명해 독자를 반영한다. 문학의 공간은 자아의 공간이다. 그리고 카뮈의 문학은 그 전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