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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32922904
· 쪽수 : 656쪽
· 출판일 : 2022-09-10
책 소개
목차
드라큘라
작품 해설 환상 문학, 흡혈귀, 그리고 드라큘라
새 번역을 내면서
브램 스토커 연보
리뷰
책속에서
숙여진 여자의 머리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면서 입술이 나의 입과 턱 언저리 아래로 다가왔다. 나의 목을 겨냥하고 있는 듯했다. 여자는 잠시 뜸을 들였다. 혀로 자신의 이와 입술을 핥아 대는 소리가 들리고, 뜨거운 입김이 나의 목에 와 닿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내 목 살갗의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내 살을 간질이려는 손이 점점 가까이 다가들 때 느끼는 살갗의 과민 상태와 같은 것이었다. 극도로 과민해진 목의 살갗에 바르르 떨리는 부드러운 입술이 와 닿고, 날카로운 치아 두 개가 살갗을 누르더니, 거기에 댄 채 가만히 있었다. 나는 몽롱한 흥분 상태에서 눈을 감고 기다렸다.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경정맥(頸靜脈) 부위 바로 위에 두 개의 구멍이, 크지는 않으나 또렷하게 나 있었다. 분명히 병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었는데, 가장자리가 마치 이빨로 씹어 놓은 것처럼 하얗게 문드러져 있었다. 일순 이 상처인지 뭔지를 통해 피가 빠져나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 버렸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혈 전에 창백하기 그지없던 상태에 이르려면, 루시의 몸에서 흐른 피로 온 침대가 심홍빛 물이 흠뻑 들었을 것이다.
그녀 옆에는 검은 옷을 입은 크고 호리호리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우리에게서 돌려져 있었지만 우리 모두는 첫눈에 그가 백작임을 ㅡ 어느 모로 보나 심지어는 이마의 흉터까지도 ㅡ 알아보았다. 왼손으로 그는 하커 부인의 양손을 잡아 힘껏 끌어당기면서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얼굴을 자기 가슴에다 찍어 누르고 있었다. 그녀의 하얀 잠옷에는 피가 배어 있었고, 찢긴 옷 틈으로 드러난 사내의 맨가슴을 타고 피가 한 줄기 가늘게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