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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3840832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사치로의 시
1부 사람이라는 벽 안의 ··· 아름다운 풍경
내 시간을 너에게 나눠주는 일 _천천히 와 / 정윤천
그 애 그리고 나 _그 애가 물동이의 물을 한방울도 안 엎지르고 걸어왔을 때 / 서정주
상처는 나의 힘 _상처적 체질 / 류근
자유, 떠돌이 개에게나 줘버려 _복종 / 한용운
남루하게 빛나는 나의 피난처 _다정함의 세계 / 김행숙
막 태어난 아이에게 _아이에게 / 최영미
부디 당신의 자궁이 몸속을 떠났다 해도 _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인터뷰란 무엇인가 _벽 / 정호승
아, 부드럽게 읽힌다 _똥구멍으로 시를 읽다 / 고영민
사무친다는 것 _넥타이 / 나해철
생활을 산다는 것 _완전한 슬픔 / 황규관
번짐의 기적 _수묵 정원 9 - 번짐 / 장석남
돌침대와 라텍스 _침대를 타고 달렸어 / 신현림
아무것도 아닌 것의 위대함 _지금, 이 시대 | 박경원
질투의 열정 _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인생은 개척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 _속리산에서 / 나희덕
2부 산다는 것은 곧 생의 무게를 지탱하며 ··· 제 무덤까지 걸어가는 것
시처럼 살다 _내 늙은 아내 / 서정주
시간을 바라보는 일 _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 최하림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_귀여운 아버지 / 최승자
그 안도의 땅 _닿고 싶은 곳 / 최문자
시지푸스의 운명 _야간 산행 / 오세영
다리미의 눈물 _추억의 다림질 / 정끝별
내 안의 파시스트 _껌 / 김기택
반지하 인간 _지하인간 / 장정일
시인의 마을 _꽃지는 저녁 / 정호승
의자를 샀다 _의자 / 이정록
눈물과 똥물의 인과관계 _손을 씻는다 / 정진혁
몇 겹의 여자 _늙은 여자 / 최정례
오줌에 대하여 _물을 만드는 여자 / 문정희
등뼈의 시간 _걷는다는 것 / 장옥관
일의 기쁨과 슬픔 _생활에게 / 이병률
동사무소만이 알고 있다 _동사무소에 가자 / 이장욱
새가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_삶은 달걀 / 백우선
가시는 상처고 가시는 무기다 _가시 / 남진우
3부 어찌할 바를 몰라도 ··· 또 어찌어찌 살아내는 것
밧줄이 필요해 _내 자아가 머무는 곳 / 박서원
키리코의 그림과 함께 한 15초 _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보톡스가 뭐길래 _주름 / 송경동
어찌할 수 없고, 어찌 할 바를 몰라도 _어쩌자고 / 진은영
별에게 가는 길 _별 / 이상국
가장 위대한 나의 동맹 _남편 / 문정희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_빈집 / 기형도
어떤 다른 사치 _사치 / 고은
가로등 그늘 아래 서면 _가로등 / 박종국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_전화 / 마종기
벚꽃이 피지 않는다면 겨울에서 봄이 오기까지 _한 그루 벚꽃 나무 / 조명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딜까
신기루에 가려거든 _남해 금산 / 이성복
울음이 온몸으로 밀려들어온 후에 _초산 / 장석주
나도 견디고 있다 _겨울산 / 황지우
다정한 그 어깨는 어디로 갔을까? _종점 / 이우걸
시집목록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쟁 같은 삶에서 우리 모두 의자가 필요하다. 내 몫으로 쉴 수 있는 의자, 내 권위를 확보해줄 수 있는 의자.
내가 상처를 받을 때는 야식 먹을 시간이나 아침 회의 시간에 후배들이 늦게 온 내게 선뜻 의자를 양보하지 않을 때다. 반대로 예뻐 죽겠는 후배는 가장 먼저 의자를 양보하거나 재빨리 의자를 가져다주는 후배다. 내 몫의 의자가 없을 때 나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의자 하나 마련하는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을 볼 땐 치가 떨린다. 그래서 나는 의자 욕심이 많다. 사무실에도 간이 의자를 잔뜩 사놓았고, 결혼을 하고서 가장 먼저 한 일도 집 안에 의자를 사들이는 일이었다.
(중략)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이정록의 「의자」를 읽고서, 의자의 이타성에 대해 생각했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아! 나 자신, 언제쯤 편안히 기댈 수 있는 타인의 의자가 될까.
가방에 접이식 낚시 의자 하나만 가지고 다녀도 평화로운 관록의 철이 들 때쯤.
_「의자를 샀다」中
패션잡지 『보그』에서 일하는 덕분에 나는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작가를 만날 때다.
화천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던 김훈, 아치울의 노란 집에서 만난 박완서, 춘천의 아파트에서 만난 오정희, 한강 옆 가로수길에서 만난 한강······ 그런데 그토록 만나고 싶던 시인 서정주는 내가 그 잡지에 갔을 때 이미 작고하셔서 뵐 수가 없었다. 대신 서정주 선생은 『보그』의 지면에서 만났다. 사진 속에서 선생은 아내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계셨다. 대나무가 울창하게 가지를 뻗은 담벼락 아래서 선생은 모시저고리 차림이었고, 아내는 마고자에 월남치마 차림이었다. 두 분 다 흰 고무신을 신고 계셨고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면서 웃고 계셨다. 나중에 그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조선희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그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옆에서 엿들으니 매번 ‘사랑하는 내 아내가’로 시작하셔서 ‘내 아내를 사랑한다’로 끝나곤 했지.”
사랑에 빠진 늙은 소년과 소녀를 보면서 나는 ‘시를 사는 게 이러하구나’라고 중얼거렸다.
_「시처럼 살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