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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88934973188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6-01-28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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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의미가 없어질 수많은 것을 생각해보았다. 대학. 일. 결혼. 건물. 농사. 도로 보수. “죽을 때까지 재밌게 사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어.” 샐이 말했다. “뭘 하건 상관없어. 어차피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 마지막 시체를 화장하거나 묻을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마 짐승이 파먹겠지. “세상이 참 평화롭겠다. 차도, 비행기도, 공장도 없고 공해도 없겠지. 식물이 서서히 도시를 장악하고.” 우리가 살던 집이 서서히 무너져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문이 날아가고 지붕이 내려앉고 새와 동물이 보금자리를 만들고. “다른 종족이 번창할 거야.”
정부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TV와 신문은 일주일 내내 그 얘기였다. MDS가 전세계에 퍼졌고 모두가 이 병원균을 몸에 지니고 있는 보균자임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언론에서는 MDS를 에이즈와 비교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아프지 않고 수명을 다하게 될 거라고 했다. MDS를 치명적인 병으로 만드는 것은 임신이라고 했다. 언론에서는 전세계 모든 국가의 정부가 힘을 합쳐 연구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 소식을 듣고 아빠와 엄마를 바라본 기억이 난다. 두 분도 MDS 보균자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MDS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 마치 천천히 효력이 드러나는 독약을 삼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돌이켜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 순간 나는 똑바로 누워 거의 숨도 쉬지 못한 채 내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올바른 일을 하고자 할 때에는 복잡한 논쟁도 타협도 필요치 않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오직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 아빠가 자랑스러워 할 일, 베개와 이불을 침대에서 끌어내리고 바닥에 누워 몸을 꽁꽁 감싼 채 너도밤나무를 계속 바라보면서 나의 자유를 마음껏 펼쳐보았다. 행동할 자유. 내가 결정한 일을 행할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