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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34975519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Part 1
Part 2
Part 3
Part 4
Part 5
Epilogue
리뷰
책속에서
해리는 어스름 속에서 무언가 싱크대에서 움직이면서 더듬이 두 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것을 보았다. 바퀴벌레 한 마리. 엄지만 한 크기이고 등에는 주황색 줄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생긴 놈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았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바퀴벌레는 종류가 3천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누가 다가오는 진동을 듣고 숨어버려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적어도 열 마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바퀴벌레는 무게가 얼마나 될까? 10그램? 금 간 곳이나 테이블 뒤에 백 마리 넘게 숨어 있다면 방 안에 있는 바퀴벌레가 적어도 1킬로그램은 된다는 뜻이다.
책임감. 작년에 해리가 묻어두려던 것이 있다면 바로 책임감이었다. 산 사람을 위해서든 죽은 사람을 위해서든, 자신을 위해서든 남을 위해서든. 하지만 죄책감에 시달릴 뿐 어떤 식으로든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아니, 책임감이 어떻게 그를 이끌어주는지 깨닫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일에 대해서 토르후스가 옳았는지도, 어쩌면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은 해리의 동기는 그리 고상하지만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저 어리석은 야망에 사로잡혀 사건을 미제로 남기지 않고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 혈안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사건 파일에 ‘해결’ 도장을 찍는 일이, 상대가 누구든 잡아넣는 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몸은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평생 안 된다고 말해온 것처럼. 그는 욕망에 이끌려 선을 넘으려고 할 때 안 된다고 응수했고, 군대에서 쫓겨나고 그들이 그를 무너뜨리려 할 때도 안 된다고 말했으며, 모멸감에 사로잡히고 상처가 벌어져서 자기 연민에 빠지려 할 때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스스로 눈을 감아버리려 할 때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 그는 모든 것을 흡수하며 살아왔다. 전쟁과 고통, 야만성, 용기, 인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