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사계

겨울을 따돌리고 갓 피어난 분홍빛 얼레지꽃과 여기에 매달려 꿀을 빨고 있던 각시멧노랑나비는 그 얼마나 청순했던가. 서로 다른 두 송이의 꽃이 입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는데... 오래도록 나리꽃을 붙들고 있던 사향제비나비의 자태 또한 한없이 우아했지.

시냇물조차 잠이 든 겨울이면 하늘하늘 춤을 춰오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얼마나 즐거웠던가. 바위와 돌을 온통 하얗게 뒤덮어 아기 엉덩이처럼 동그란 모양을 지어내는 게 신기하기만 했는데. 그런데 여기엔 무엇하러 징검다리 돌들인가. 하릴없이 밤하늘의 별들만 홀로 짚어보고 선 내게, 딛어 하늘로 올라서라 함인가... -- 본문 6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