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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5916689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4-12-10
책 소개
목차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상당히 많은 양의 세균을 중국 시가지에 투하했는데도 목적한 것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겨우 2,000명이 감염되어 70%에 해당하는 1,500여 명이 죽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투하한 세균은 1억 명 이상 살상시킬 수 있는 양이었습니다. 1억의 살상용으로는 병기에 문제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즉 용기가 폭약으로 폭발할 때 그 화력으로 많은 양의 세균이 공중에서 이미 죽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인데 그 용기의 폭발력을 현저히 감소시켜 공중에서 죽는 세균의 수를 줄일 수는 없을까?”
기계조작에 의해서 마루타의 혈액이 원숭이의 혈액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피가 빠지고 있는 동안 몹시 당황한 청년은 쉴 새 없이 시선을 굴리고 있었다.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뿐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원숭이는 몸을 꿈틀꿈틀하면서 계속 벗어나려는 몸짓을 반복했다.
사람의 피가 얼마만큼 빠지면 생명이 위험해지는가에 대한 실험은 지난날 수없이 많이 했다. 사람의 건강 상태와 체중에 따라 양은 다르나 대부분 3분의 1이 빠져나가면 죽었다. 그 수치는 원심분리기 계기판에 표시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원심분리기에 올라 있는 마루타의 체중과 추측되는 피의 양이 기록되고, 그 양의 3분의 1이 어느 정도인지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피는 3분의 1에 육박하도록 빼내는 것이었고 마루타가 죽기 직전에 다른 실험에 들어갔다.
이윽고 독가스가 유리방 안에 주입되기 시작했다. 안개 같은 연기가 유리벽 안에 퍼지자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아이가 머리를 번쩍 들면서 동그란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자아이는 예쁘고 귀엽게 생겼다. 그녀는 까만 눈동자로 주위를 돌아보고 나서 다시 어머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어머니는 여자아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아이의 얼굴을 다시 가슴에 묻었다. 아이는 어머니가 하는 대로 얼굴을 가슴에 묻고 어머니 품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새가 자신의 새끼를 품에 안듯이 품고 있었다. 독가스가 유리방 안에 가득 퍼지면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던 여자는 숨을 헉 들이키고는 주저앉았다. 주저앉으면서도 여자는 아이를 품에서 놓지 않고 끌어안은 채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