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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2516
· 쪽수 : 145쪽
· 출판일 : 2005-07-25
책 소개
목차
제 1부
생기
주점 꽃밭
정오의 버스
그가 지상을 지나간다
소하천
지나는 구름을 붙잡고
적목
찢긴 가지
x0.3cm 더 큰
정류장
장다리꽃밭 속의 늙은 거북
유리 마루 밟아간다
자국
한낮
제 2부
난설헌 생가
여름밤
무심결
출근길
콩밭 속의 시계
확각의 1분 1초
천상의 지도
의자
익어가다
돌무덤
철길을 건너는 법
이 불빛
별실 어디쯤,
우리 사무실 구석에는 옷걸이들이 모여 산다
제 3부
세탁소
불똥
잘 길든 침목
오리
윤이월
일월의 모란
환생
발을 씻기다
간판을 따라가다
오래된 거리
벽
컨테이너로 가는 네 개의 계단
숨
고비
악수
제 4부
그가 썼을지도 모를 식기에
염천교를 지나가네
거울 속 오토바이
액자를 들고 가는 여자
지나치는 희망
천마표 시멘트
뒤편의 해는
가건물
조등
지하 슈퍼에 가
오는 저녁은
조용한 나날들
한밤의 덤핑 코너
화살의 끝에서
슬리퍼
해설| 최정례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슬리퍼
지압 슬리퍼를 팔러 온 남자를 보고 생각났다
작년에 신다 책상 아래 팽개쳐 뒀던 슬리퍼
먼지를 폭삭 뒤집어쓰고 가마득 버려져서도 슬리퍼는
여전히 슬리퍼다
기억이란 다 그런 것이다
기억 속에는 맨홀 두껑 같은 확실한 장치가 없어서
그 아래 무언가를 고치러 들어간 사람을 두고도
꽉 뚜껑을 닫아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 남자가 질식하건 말건
그러다 숨을 놓기 직전
고철 덩어리 같은 기억을 붙들고서야
아차, 뚜껑을 열어보는 것이다
어쨌든 물건이라는 건 마지막이라는 게 없어서
먼지만 활활 털어버리면 또 슬리퍼가 된다
망각의 먼 땅을 털벅거리면 또 슬리퍼가 된다
금방 뒤축이 닳아빠진 슬리퍼로 돌아온다
작년 이맘때 어디서 무얼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의 발을 충실히 꿰차고
슬리퍼는 또 열심히 끌려 다닐 것이다 저러다가도
슬리퍼는 또 책상 아래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처박힌다
기억이 그렇게 시킨다면
케케한 먼지와 어둠을 거느리고
누군가 슬리퍼를 사납게 끌며 또 어두운
복도 저쪽으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