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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5173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5-04-25
책 소개
목차
제1부•통증 없이도 이토록 멍들 수 있는가
영원한 햇빛
손과 구름
서른
지금이에요
민들레가 떠돌고
적운을 두고
충돌 지점
나의 실패
백혈구가 필요합니다
유년
나의 차례
어쿠스틱
악마적으로
무사
지나가고
마지막 빙하
제2부•몰래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목숨을 돌려주고 올게
외면하는 기쁨
별과 오목
주인공
버스
분장술
파반느
습관
미로
거울 열상
밥이 잘못한 적 있습니까
디어 마이 프렌드
그들의 신
가느다란 순간
펫 숍
사육
제3부•이 반복은 찻물이 마르고 나면 멈추겠지만
체리를 씻는 저녁
하나가 아닌 발자국
올드타운
결혼
낮잠 속의 씨앗
다식
너의 날개
숲과 숨
때가 묻는다는 것
오전 미사
파수
12월 30일
하얀 후회
벚꽃잎 흩날리면
이제 이 방을 나가자
너는 언제 파도를 키웠지
해설|성현아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런 일이다
책장과 벽 사이에 끼어 있던
쓰다 만 공책을 발견하는 일
이곳에 살다가 저곳으로 옮겨본 적 있다는 것
보이지 않는 곳
볼 수 없는 곳
그늘의 인대가 끊어진다
(…)
사각형 햇빛 한칸만 그 자리에 있다
중단할 수 없는 이 빛
자꾸만 대신하여 맨 위에 포개지는
끔찍해서 아름다웠던
햇빛
―「영원한 햇빛」 부분
한번쯤 찾아오겠다던 사람이 온다던 여름에
사람은 안 오고
오지 말라는 일들만 다시 일어났습니다
서글픈 이야기는 아니고요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적은 언제인가요?”
살지 않아도 될 때요
그렇게는 대답 못하고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다가
그런 삶은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좋지 않았던 건 아니고요
무엇이든 더이상 반복할 수 없다고 확신했을 때
오월 햇빛 어디 안 간다는 사람 생겼습니다
그늘처럼 결혼했고요
(…)
온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고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이에요」 부분
우리가 할 수 있는
고작 그런 영원이란
생명을 초월할 순 없겠지만
평범하게 아득한 일입니다
(…)
사라지십시오
그러면 아름답습니다
매일 살고 다시 슬픈 우리는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것입니다
―「주인공」 부분
가는 애들 밥 한끼는 먹여야 할 것 아니냐며 골목에 밥상을 놓다가 울어버린 사람과 그 밥상 위에서 가파른 골목보다 더 가파르게 기울어져 쏟아질 것만 같은 사발 속의 국물을 본 적 있습니까. 세상은 그토록 평평한 밥상입니까. 그래서 그보다 먼저 쏟아지고 아직도 쏟아지는 사람 같은 건 쏟아진 적 없다는 듯 보이지 않도록 하루빨리 닦아버렸습니까.
밥을 끊는 결심이란
생명이 생명이 아니라는 말이므로.
대체 무슨 잘못을 했습니까.
숟가락 대신 손가락을 들이대며
우리는 왜 작은 영혼으로 거대하게 배부릅니까.
―「밥이 잘못한 적 있습니까」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