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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6425210
· 쪽수 : 164쪽
· 출판일 : 2025-07-15
책 소개
목차
제1부
밭 한뙈기
불타는 밀밭
오늘 하루만
뒤로 걷는 길
동백 씨
작약이 지면
나의 혁명
시골 병원
폐허에 서서
무서운 말씀
흐르지 않는 강
여기는 공터
마음을 보태다
제3의 세계
재앙이 되자 한다
가을의 영혼
거대한 적
때가 차면
제2부
약속
차비 얼마
설사의 정체
동백나무 아래서
저녁노을 2
마지막 강
떨어진 꽃잎
겨울밤
저녁의 기도
돈과 싸우다
잠시 멈춤
매미가 운다
반달처럼
침묵
제3부
도시락 건네주러 가는 길
귀신과 살다
새 마음
일
인클로저
외상을 살다
다시 폭설을 기다리며
역류
수평선이 되어야
부재
반지하
마이 잡았능교!
현관문
겨울 아침
제4부
적막강산
우물물
말씀 하나 달랑 메고
포고문
삼례 들판
백일
기우제
장시
풀빵 한봉지
전선이 있는가
피로 지은 집
파업 이후
신대륙
오막살이집 한채
어머니
해설|강경석
시인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딱 오늘 하루만 살자
아침 해에 실눈으로 잠시
간밤의 꿈을 되새기고
오늘 하루만 살자
어제는 이제 그림자가 되었다
(…)
오늘 하루만 살자
가난과 기도와 투쟁과 함께
오늘 하루만, 더도 말고
떠나야 할 시간 앞에서
아픈 손가락을 한번 더 만져주고
햇볕에 빨래를 널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늘 하루도 애를 태우며
오늘 하루 더 땀을 흘리며
―「오늘 하루만」 부분
벌겋게 타는 숲이나
흙탕물에 휩쓸린 도시를 보면
자꾸 발길이 뒤로 향한다
구토가 나오도록 번식하는 길을 따라
분열을 멈추지 않는 언어와
깊이 없는 높이 사이를 지나
다다른 곳에 서서, 이제 더는
앞으로 갈 수 없을 것 같다
(…)
떨어져 죽고
불에 타 죽고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죽는 세계로
산자락을 베고 무너뜨리며
더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이제는 앞을 보며 뒤로 걸어야지
어둠이 되어
어둠을 사랑해야지
뒤가 앞이 되게 해야지
뒤도 앞도 사라지게 해야지
―「뒤로 걷는 길」 부분
어둠에 갇힌 채
멀리서 들려오는 새 울음에
귀가 살아날 때
부서진 집터에 기억이
자라날 때
나를 버릴 때
오장육부가 연기처럼
서산에 흐를 때
갈 수 없는 먼 곳이
울먹이며 다가올 때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이 될 때
다시 사랑이 시작될 때
모든 시작을 사랑할 때
―「나의 혁명」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