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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91192858098
· 쪽수 : 488쪽
· 출판일 : 2023-10-16
책 소개
목차
다시, 김수영을 생각하며 / 4
첫 번째 이야기
나는 바로 보마 / 15
김수영을 읽기 위하여 ○ 정직과 자기극복 의지 ○ 꽃은 ‘언제’ 열매의 상부에 피는가 ○ 해방공간이라는 아포리아 ○ 멀리 보다 ○ 응결한 물이 바위를 물다 ○ 몸-삶으로서의 시
두 번째 이야기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 / 69
자기 초월로서의 시 ○ 긍정과 긍지 ○ 환영에 취하지 않는 리얼리스트 ○ 새로운 목표 ○ 죽음과 삶, 그리고 고독 ○ 아래로 떨어지는 고독
세 번째 이야기
시인, 꿈꾸는 존재 / 139
서강 생활 즈음 ○ 살아 있는 노래와 더러운 노래 ○ ‘때’를 기다리는 마음 ○ 어둠에서 밝음으로 ○ ‘밤’으로의 퇴행 ○ 사랑을 배우다 ○ 혁명의 준비를 마치다
네 번째 이야기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 / 199
4·19혁명과 김수영 ○ 혁명이 일어나다 ○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 ○ 퇴행하는 혁명 ○ 쿠데타의 혼돈 속에서 ○ 온몸이 아프다 ○ 다른 시간을 기다리며 ○ 끝나지 않은 혁명
다섯 번째 이야기
역사를 다시 살다 / 267
역사 앞으로 ○ 쨍쨍 울리는 추억이 있는 한 ○ 무언의 말 ○ 다시, 사랑을 배우다 ○ ‘풀’은 무엇인가 ○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여섯 번째 이야기
풀이 눕는다 / 353
풀이 솟는다 소리 없이 소리 없이 ○ 바람과 풀의 아우성 ○ 풀이 눕는다 ○ 김수영이 던져준 ‘물음 보따리’
보론
1. 4·19혁명 직후 산문으로 본 김수영의 혁명 의식 / 405
2. 김수영의 시에 나타난 시와 민주주의 / 429
3. 김수영과 하이데거—「시여, 침을 뱉어라」를 중심으로 / 44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식민지와 해방, 해방공간의 정치적·사회적 혼돈 상황, 그 혼돈의 극단인 전쟁을 통과하면서, 다시 혁명과 그에 대한 반동인 군사쿠데타를 경험하면서 김수영의 시는 그 모든 것에 맞서려고 했습니다. 이런 현실을 넘어가기 위해 김수영의 시는 결국 모든 것을 새롭게 정초하는 사명을 받아들여야 했고, 그러는 와중에 시가 난해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그보다 더 쉽게 써서 새로운 시간도 정초하고 독자들과도 폭넓게 교감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김수영의 상황을 살아보지 않은 우리의 응석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응석이 김수영을 높은 자리에 올려놓기만 하고 김수영을 제대로 읽지 않으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김수영의 “혼란”을 거의 그대로 정치적 혼란과 등치시키면 안 되겠습니다만, 정치 상황과 무관한 추상적인 실존의 혼란이라고 부르는 것도 진실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실존이라는 것이 구체적인 시공간과 무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시공간을 떠난 진공 상태에 인간은 처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수영의 “혼란”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며 한참 뒤에 쓴 산문에서 그 시절을 돌아보며, “그 시대는 더욱이나 나에게 있어선 텐더 포인트다”라고 한 고백을 흘려들어서는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텐더 포인트”를 「공자의 생활난」과 겹쳐 읽는 것은 억지스러운 시도도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말했듯 작품에서도 분명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나는 바로 보마”는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혼란기의 복판에서 김수영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단호한 현실 인식인 것이죠.
“나”는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가야 할 운명과 사명에 놓여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시간에 말했던 ‘자기 극복’에 대한 자의식을 이 작품에서 여실히 드러내는데, 문제는 이 자의식이 일회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 의지는 앞으로 김수영의 시를 읽는 데 아주 중요한 바탕으로 삼을 만합니다. 그리고 이 자기 극복 의지는 단순하게 김수영 개인의 수양과 고양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사는 현실, 즉 자신이 처한 역사적 조건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와 한 몸이 됩니다. 김수영의 시에 비상한 생동감과 힘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처한 역사적 조건을 넘어서고자 하는 ‘바람’으로 인한 것입니다. 개인의 수양과 고양에 머물렀다면 그의 시는 한없이 정적이었을 겁니다. 김수영의 시 전편을 읽어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그의 ‘좋은 시’들은 대부분 개인의 문제와 역사의 문제를 한 몸으로 삼은 것들이며,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생동감과 힘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