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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39248
· 쪽수 : 196쪽
책 소개
목차
눈보라
첫 만남
도망치는 연인
두개의 리듬
부서진 창문
마리안과 예나
슬픈 영화
포옹의 순간
회전목마
들개
저녁만찬
그날의 조각들
악몽의 속삭임
엇갈린 미소
완벽한 방
어떤 기쁨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수가 태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태오의 머리카락과 피부, 그리고 지수가 입은 점퍼에서도 나는, 화하면서도 알싸한 기름 냄새였다. 둘은 입을 맞추었다.
잠시 후에 지수가 외쳤다.
저기, 누가 오고 있어!
눈발 사이로 무언가 움직였다. 비틀거리며 주유소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오늘은 뭐 좀 먹었어?
지수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보일러가 돌고 있는데도 방바닥은 차가웠다. 발이 시렸다. 태오는 대꾸없이 청소만 했다. 태오의 굽은 등과 머리카락이 뻗친 뒤통수를 보며 지수는 속이 상했다. 태오의 얼굴은 며칠 사이에 핼쑥해졌다. 볼이 푹 꺼지고 눈이 퀭했다. 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잠을 못 자고 끼니를 거른 탓이었다. 태오야, 그만해. 잠깐이라도 좀 쉬어, 하고 지수는 소리 지르고 싶었다.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지수는 태오 뒤에 그냥 서 있었다.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서 있다가 태오의 등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두 팔과 다리로 태오의 몸을 끌어안았다. 뭐야, 하면서 태오는 비틀거렸다. 지수는 태오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박사장은 밖으로 나가려는 것처럼 몸을 돌렸다가 태오야, 하고 부르며 한발 가까이 왔다.
앞으로 내가 널 믿어도 되겠냐.
모자를 고쳐 쓰며 박사장이 물었다. 태오는 말없이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장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