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36482633
· 쪽수 : 487쪽
· 출판일 : 2013-03-05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_ 환상 속의 티베트불교
서문 _ 티베트를 읽는 7가지 키워드
1장 _ 이름, 라마교와 티베트불교
2장 _ 책, 샹그릴라의 비밀교리
3장 _ 눈, 사기꾼의 눈에 비친 티베트
4장 _ 진언, 세상에서 가장 편한 기도
5장 _ 미술, 극락정토를 담는 그릇
6장 _ 학문, 사기꾼과 학자의 결정적 차이
7장 _ 감옥, 달라이 라마의 꿈과 현실
책속에서
티베트가 우리가 꿈꿔온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티베트에 대한 환상이 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이분법적 논리에 티베트를 계속 내맡기는 것은 (설령 티베트가 ‘좋은’ 동양으로 그려진다 하더라도) 티베트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요, 현실세계로부터 티베트를 제외시키는 것이며, 일상적인 현실을 꾸려가는 티베트인들의 주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다. 티베트에 대한 환상이 지난 30여년간 티베트 독립문제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불러일으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런 환상은 독립을 실현시키는 데 결국 위협이 될 뿐이다. 우리가 1950년 이전의 티베트를 계속해서 유토피아로 여기는 한, 오늘날의 티베트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일 뿐이다.
학생들이 우리의 강의실을 찾아오고 대중들이 우리의 강연을 들으러 오며 독자들이 우리의 논문을 읽는 것은 다름 아닌 이 환상 때문이다. 또 람파의 책이 그토록 많이 팔릴 수 있었던 것도 대중들이 티베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 롭상 람파의 책에 매혹당해 티베트학을 전공하게 된 학자들은 자신들을 이 길로 이끈 T. 롭상 람파가 거짓말쟁이라고 공언해야 했다. 티베트학자들은 람파가 자신들에게 준 ‘좋은 영향’만 기억하고, 그가 학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유형의 인물이라는 사실과 그가 친 사기에 속아넘어가 자신들이 티베트학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 든다. 람파의 유령은 계속해서 우리의 주변을 맴돌며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불쑥 그 모습을 드러낸다. 어쩌면 학자들은 ‘비술’이라 적힌 서가에서 람파의 책 옆에 꽂힌 자신의 책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티베트불교는 티베트인들이 생각하는 티베트불교와 다를지도 모른다. 티베트의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여겨지는 불교는 결국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불교인 것이다. 세상에서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불교 역시 바로 이 불교다. 전 인류의 유산인 티베트불교는 티베트가 세상에 주는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맥락에서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독립이라는 대의와 보편적인 선(善)에 해당하는 불교의 자비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서구의 티베트불교 신자들에게) 티베트를 지혜의 보고로 설명했다. 한 세기 전에 일부 유럽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