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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88958722427
· 쪽수 : 210쪽
· 출판일 : 2025-07-20
책 소개
** 장하준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력 추천 **
진보를 향한 질주 끝에 길을 잃은
한국 사회를 위한 정의의 재발견
성장 정체, 양극화, 세대 단절의 도시에
연대와 공동체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하다
우리는 지금, 자본의 논리에 따라 변형되고 조작되는 도시에서 운명공동체를 상실한 채 파편처럼 흩어져 살아간다. 이 책은 바로 그 상실의 인지로부터 출발해, 도시를 정의의 공간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오랜 관찰과 사유의 기록이다. ‘정의로운 도시’는 가시적인 결과나 완성의 형태가 될 수 없다. 모두가 함께 설계하고 고뇌하고 타협해야 할 방향성을 의미한다.
정의와 도시를 연결하는 것이 생뚱맞은 이 시대에 그 가치를 논하는 게 맞는 일인지, 책은 그 근원적 물음에서 시작한다. 아울러 도시를 삶을 영위하는 집으로, 정의는 그 집을 지탱해 나가는 구조나 얼개로 본다. 건축학자이자 도시 이론가인 저자가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한 인문·사회적 사유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를 통해 ‘모여 살기와 연대’가 가능하게 도시 구조를 바꿔 나가는 방법을 차근차근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건축학 너머 철학, 정치학, 경제학, 역사학, 사회학 등 다채로운 지식의 콜라주가 펼쳐지면서 단단한 논리와 스토리가 펼쳐진다.
(상)에서는 도시에 대해 사유한 고대의 현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따라가며, 우리가 왜 모여 살게 되었는지, 즉 도시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아름다운 캄포 광장은 교회 권력과 족벌 가문 체제에 맞서 시민들이 주도한 정치 체제가 빚어낸 산물로 조명된다. 르네상스의 한 천재 건축가가 상상한 이상적인 성곽도시도 소개한다. 찰기 없이 흩어진 낱알이 아닌, 재난과 재해 앞에 연대하며 함께 나아가는 운명공동체로 시민을 묶어낸 성곽도시의 의의를 풀어낸다. 경계 없이 확장하며 비대해진 거대도시의 삶에 대한 반추다.
근대 도시, 즉 메트로폴리스로 변모해 가는 혼돈 속에서도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배양하는 용광로 역할을 한 파리의 프렌치 카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황족과 귀족, 그리고 새롭게 부상한 시민 계층이 대타협을 이룬 도시 오스트리아의 빈도 조명된다. 원도심을 둘러싸고 있던 중세 성곽을 해체하고 시청, 의사당, 극장, 박물관을 건설한 공존과 타협의 이야기다. 냉혈한처럼 효율성만을 좇으며 계량적 성장을 지상 최고 목표로 삼은 메트로폴리스에서 방황하던 두 예술가, 레제와 이상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거대도시로 탈바꿈하고자 사방을 파헤쳐 놓은 황야 같은 거친 환경 속에서, 불도저가 가차 없이 지워버린 기억을 재현하고 오아시스처럼 안식을 꾀할 수 있는 고요한 ‘집’을 대항체로 삼았던 지식인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박완서의 집’, ‘승효상의 집’이 그것이다. 특히 이 두 글은 문학적 에세이를 읽는 듯, 문장이 찰지고 여운이 깊다.
목차
추천의 글 6
들어가며 : 정의, 잊어버린 가치 17
하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도시 이야기 35
둘. 거울의 도시 아테네 61
셋. 시에나의 캄포, 광장의 영원한 원형 73
넷. 르네상스의 성곽도시와 운명공동체 93
다섯. 피사로의 프렌치 카페 115
여섯. 타협과 공존의 빈 137
일곱. 메트로폴리스 방황 153
여덟. 와츠지의 집 - 황야와 오아시스 171
아홉. 박완서의 집 - 기억의 조타질 187
열. 승효상의 집 - 마당 노스탤지어 197
저자소개
책속에서
“원래 정의와 도시라는 두 말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말이었다. 일면식 없는 이들이 모여 살며 연대가 깨지지 않고 지속되려면 정의라는 원리가 근저에 작동하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람 아테네와 공화정을 실행한 로마의 기본 가치는 정의였다. 중세 시에나도 그러하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인 성곽도시는 폭군이 다스리는 정치체제 대신 공화정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바로크 시대에 절대군주가 등장하면서 정의는 도시와 다시 멀어진 것 같다. 하지만 곧이어 시민사회가 도래하면서 군주, 귀족, 자본가, 노동자 등이 공존할 방도를 찾아가는 것이 도시의 모양을 바꾸는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파고가 드센 21세기에도 연대를 유지하며 어울려 살아가는 데에 정의는 여전히 유효한 작동 원리다.
이 책은 우리가 왜 도시를 만들어 모여 살게 되었는지, 오랫동안 행복하게 모여 살기 위해서는 어떤 원리가 중요한지, 그리고 행복하게 모여 사는 풍경은 어떤 모습인지를 생각해 보며 쓴 글을 모은 것이다.“
-들어가며, ‘정의, 잊어버린 가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