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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7408991
· 쪽수 : 172쪽
책 소개
목차
1부 구름을 보면 비를 맞는 표정을 지었다
가넷 —탄생석 13
여름 성경 학교 15
두 개의 얼굴 17
어린이날 18
번안곡 21
올해 마지막 태풍 23
명당을 찾아라 25
구겨진 교실 28
코러스 31
거기서 만나 34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37
싱크로율 40
정물화를 그리는 동안 43
계절감 45
2부 이야기는 수많은 등장인물을 없애고
방생 49
유리온실 50
러브 게임 52
? 54
성실한 굴레 57
우리 집에는 식물이 없다 60
염소가 사는 좌표평면의 세계 63
호수의 아침 68
긴긴 70
사랑 72
3부 부르지 않아도 태어나는 이름이 있었다
일시 정지 75
꽃과 생명 77
유실 —어느 날의 후렴 80
다른 모습 84
비밀과 유리병 85
대화의 자리 87
좋은 화분 90
자각몽 92
오늘 대출했으므로 당분간 아무도 빌릴 수 없다 94
떠올릴 만한 시절 96
궐련 98
월간 미식회 100
바구니 하나 103
어느 하루 104
그래도 다 듣는다고 했다 106
강물에 남은 발자국마저 떠내려가고 107
4부 우리가 더 아름답게 지워질 때까지
빛 111
저녁의 대관람차 112
오로라 115
너는 꼭 가지 않아도 돼요 116
더 많은 것을 약속해 주는 118
괜찮습니다 121
재회 124
백년해로 126
식기 전에 128
더 따뜻한 차를 130
우리가 아직일 때 132
세밑 134
누나에게 135
충분한 안녕 138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겠습니다 140
작품 해설–조대한(문학평론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14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의 외투가 외롭게 걸려 있는 날이 많아질수록
겨울방학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감고 있던 파란 목도리를 벗어
네가 늘 앉던 자리에 올려 두었다
모르는 목소리를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주머니에
쪽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코러스」에서
저녁을 먹고 혼자 시소를 타면
하늘이 금세 붉어졌고
발끝에서 회전을 멈춘 낡은 공 하나를
두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진흙이 지구처럼 묻은
검은 모서리를 가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건
세상으로부터 주파수가 맞춰지는 느낌
이제 다른 행성의 노래를 들어도 될까
정말 끝날 것 같은 여름
구름을 보면
비를 맞는 표정을 지었다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에서
그렇구나, 말할 수밖에 없는 것들과
그렇지만, 말하며 다시 데려오고 싶은 순간들
추분과 춘분의 차이를 알지 못했고
우리는 마음을
척력으로만 쓰는 일도 그만두었다
괜찮다고
반지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고
얼른 건강해져서 나랑 같이 맞추러 가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단지 반지 하나를
손에 오랫동안 쥐고 있다가
식탁에 놓는 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었다
죽어 본 적 없는 꽃에선 향기가 났다
-「꽃과 생명」에서
눅눅하고 주름진 베갯잇을 펴 보지만
한번 구겨진 자리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조금 다른 무늬를 가져 보는 수밖에 없다
아직 이 침대에서 우리가 매일 밤 나눴던 대화를 떠올릴 수 있는데
-「오로라」에서
겨울엔 자주 순록이 달려오는 상상을 해 밤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구불구불한 뿔을 닮은 우리의 눈빛은 또 얼마나 많은 얼굴에 구멍을 낼지
순록이 눈과 얼음 사이에 낀 이끼를 먹는 동안
우리는 매일 도시의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보이지 않는 별자리를 손으로 그린다
우리는 한 사람을 질리게 미워해서 만든 노래를
입속에서 돌돌 굴려 보기도 했으니까
-「더 많은 것을 약속해 주는」에서
나는 타인을 사랑하고 믿으려는 맹목적 태도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나를 맘껏 부려먹기를. 누군가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웃을 수 있다면. 나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겁니까.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의 웃음이 당신의 웃음이고 나의 기쁨이 당신의 기쁨이라면. 나의 말이 당신의 심장을 몇 번 더 뛰게 할 수 있다면. 나 더 살아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