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겨울

아들의 겨울
익는 산머루
외촌장 기행
천관의 칼
겨울새
도둑 견습
모범 사육
즐거운 우리 집

- 작가 연보

서산에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이란 언제나 내겐 좋았다. 후평동 산마루 위로 검붉게 지는 노을 때가 되면 나는 조금씩 배가 고파왔고 그 배고픔이 안겨다주는 야릇한 향수와 고독감 같은 것을 나는 어머니를 사랑하듯 좋아하고 있었다. 노을이 주는 이상한 적막감과 노을 다음에 올 푸짐한 잠자리와 밤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나는 때때로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은 후평동의 대밭 사이를 지나서 산을 적시고 있는 노을에 같이 묻어서 알 수 없는 나라로, 내가 갈 수 없는 나라로, 내 휘파람에서 뽑아진 노래가 멀고먼 여행을 하게 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 본문 111~112쪽, '아들의 겨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