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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28319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부 가고픈 도시 19
2부 술과 꽃의 도시 117
3부 불타는 도시 283
에필로그 377
작가의 말 383
발문(천정환) 387
추천사(천현우) 397
저자소개
책속에서
■본문 발췌
타이밍은 일명 잠 오지 않는 약으로 불리던 각성제의 일종이었다. 야간작업이 길어지면 회사 간부들이 노동자들에게 타이밍을 내밀었다. 이걸 먹으면 덜 피곤할 거라고, 졸음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들 역시 약의 성분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였다. 노동자들은 반강제로 타이밍을 먹었다. 열네 시간 이상의 노동 강도를 버티기 위해 스스로 타이밍을 사 먹는 노동자도 있었다. 타이밍은 중독성이 있었고, 다른 각성제처럼 장기적으로 먹으면 정신과 신체 모두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
동미는 자기 얼굴에 부딪혀 바닥으로 떨어진 타이밍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타이밍 위로 동미의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이 약은 쓴 눈물과 함께 삼키는 것이라는 듯.
―「동미 1974년」에서
과거, 이 거리에 들어서면 영화 세트장처럼 오래된 나무 냄새 같은 것이 났다. 다른 냄새도 있었다. 이 거리가 품었던 꿈과 이 거리를 오간 돈에서 나던 냄새. 거기에는 땀과 눈물, 기름때와 쇳가루, 그리고 피와 폭력의 냄새가 스며 있었다. 이 거리 사람들은 모두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했다. 그것은 조건 아닌 조건이었고, 슬픔 아닌 슬픔이었으며, 행복 아닌 행복이었다. 그 시절 이 거리는 항구를 향해 달려가는 기차처럼 낭만적이면서도 간절한 바람들로 넘실거렸다.
―「준구 1999년」에서
어중간하게 사는 건 그만할 거야. 태웅이 말했다. 착한 것도 어중간, 나쁜 것도 어중간, 공부도 어중간, 노는 것도 어중간. 우리 그랬잖아? 그래서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있는 거 아냐?
어중간이라는 단어를 적당히로 바꿔 봐. 적당히는 나쁜 게 아니야.
나빠. 적당히는 아주 나쁜 마법의 주문 같은 거야.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들 봐. 한 번에 음식을 10인분씩 먹고, 51시간 동안 뜬눈으로 게임하고, 세계 각국의 우범 지역을 생중계하면서 돌아다녀.
넌 11인분씩 먹고, 51시간씩 게임해.
소식주의자야. 게임엔 흥미 없고.
태웅은 잠깐 생각했다.
나랑 같이 대마를 키워 보는 건 어때?
―「은재와 태웅 2021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