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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3683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8-03-26
책 소개
목차
관흉국貫胸國
거울 사원
봄의 왈츠
틈
개와 늑대의 시간
뷔통
라리루레로 파피푸페포
작가의 말
작품 해설: 폐허의 아데콰티오 ─ 김개영 소설의 네 가지 불가능성_ 양윤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순간 발작적으로 내 머리가 뒤로 꺾였어. 온몸이 오그라드는가 싶더니 격렬하게 사지가 뒤틀렸어. 술기운이 사라지자 괴물이 깨어난 거야. 괴물은 온몸으로 당신을 밀어내려 했어. 내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고 눈은 희번덕거렸지. 죽음의 춤이라도 추듯 괴물은 내 몸 안에서 마구 날뛰었어. 그 와중에도 내 눈엔 당신의 일그러지는 얼굴이 뚜렷이 보였지. (……) 당신과 나의 거리, 당신과 나의 경계, 당신과 나의 벽.
-「관흉국」에서
만신의 집은 범접할 수 없는 어떤 완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어쩌면 이승의 한가운데 은밀히 드러난 저승의 허연 이빨 같은 곳인지도 몰랐다. (……)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서자 향내와 뒤섞인 역한 노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죽음과 소멸을 상징하는 냄새가 있다면 바로 이 냄새일 거라고 K는 생각했다. 만신이 신당의 촛불을 켰다. 촛불이 일렁일 때마다 무신도의 얼굴 표정이 살아 움직였다.
-「봄의 왈츠」에서
사람들은 한자리에서 꼼작 않고 서 있는 아내를 불길하게 여겼다. 여자 말대로 매년 한두 명이 이 도로에서 목숨을 잃었다. 약국을 연 이후로 여러 번 사고를 목격했다. (……) 사고가 없는 해에는 취객이나 부랑자들이 얼어 죽었다. 사람들은 이 거리에 지박령(地縛靈)이 있다고 했다. 먼저 죽은 영혼이 다음 희생자가 나올 때까지 이 거리에 붙박여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위해 다른 존재를 양분으로 삼는 것은 삶의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