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4487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1부 7
2부 69
3부 157
4부 245
추천의 글 275
제자리에서 돌기, 뛰기,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조예은(소설가)
나의 윤곽, 나의 주름?황예인(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28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엽은 오른팔을 뻗어 선풍기를 틀고는 치니 등에 코를 파묻는다. 목과 머리에 흐르던 땀이 날아가며 제법 선선하다. 치니도 그렇게 느꼈는지 골골골 기분이 좋다는 표시를 해 준다. 세상은 공포스럽게 더워지고 있고 하나밖에 없는 에어컨은 고장 났지만, 아엽은 괜찮다. 치니가 골골골 진동을 만들 때는모든 것이 괜찮다. 아엽은 치니의 등에 코를 더 깊이 파묻는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니 치니 털이 콧구멍 속으로 가득 들어온다.
아엽에게 미옥은, 학년이 바뀌고도 바뀌지 않은 유일한 친구였다. 아엽은 교우관계라는 것을 정확하게 1년에 맞추어 시작하고 끝냈다. 초중고 12년간, 개학과 함께 친해진 친구와 겨울방학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어김없이 소원해졌다. 더 긴 관계는 아엽에게 불가능했다. 관계가 끊어지는 이유도 알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떠날 때 말해 주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쟁이.
더 늦어지기 전에 전단지를 붙여야겠다. 아엽은 실내등을 켜고 노트북에 프린터를 연결했다. 징징 프린터가 전단지를 뱉어 내는 동안 집 안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입을 벌린 채로 있는 서랍장과 옷장이 눈에 들어왔다. 저곳에 값나가는 물건 따위는 없다. 서랍장과 옷장이 통째로 사라져도 괜찮다. 사라지면 안 되는 건 치니뿐이다. 유일하게 소중한 것, 아엽 인생에서 처음으로 지키고 싶었던 것. 그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