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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88937448805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26-07-17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한국 도시의 죽음과 삶
1장 포항, 외톨이 역 현상
2장 광주, 조각난 도시
3장 경주, 무덤 속의 기차
4장 호남선의 밑 빠진 독 문제
2부 에너지 전환기의 전기차, 버스, 철도
5장 전기차냐, 철도냐
6장 인구 감소 시대의 버스
7장 전국 대중교통망의 방향
3부 비행기와 철새의 지정학
8장 바다를 건너는 길
9장 이동 시스템의 미래
부록 규칙 시각표를 향하여
I 전국망 그리기
II 도시와 철도를 연결하기
감사의 말
용어 설명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21세기 들어 옛 도심을 벗어나 외곽 어딘가에 지어 놓은 역이 늘어났다. 확실히 기차는 빨라졌다. 하지만 선로를 똑바로 펴면서 중간 경유지로 떨어진 도시, 도심에 있는 역이 시끄럽고 먼지 날리며 길을 막아 불편하다고 역을 옮긴 도시, 문화유산을 이유로 선로를 들어 옮기는 김에 역도 없앤 도시, 아예 새로운 개발 공간을 일으키기 위해 역을 옮기는 도시가 계속 생겨났다. 포항, 경주, 군산, 진주, 원주, 남원, 안동과 같은 도시에서 역은 외톨이처럼 떨어져 있다. 외톨이 역은 시민과 외지인이 섞이는 만남 공간이 되지 못하고, 잠깐 머물다 자가용, 택시를 타고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야만 하는 공간이다.
‘3보 이상 승차’가 외톨이 역의 현실이다. 근육에 힘을 실어 역전 광장을 벗어나 봐야 주차장이 나오고, 곧 산길을 넘어야 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도 다를 바 없게 되었다. 경주역은 2000년 동안 사람이 모여들었던 도심을 버리고, 사람이 별로 없는 근교로 일부러 찾아 들어갔다. 이렇게 외톨이 역을 가진 도시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 ‘들어가며’
20세기 초 자동차와 비행기가 태동한 시절에는 도시주의의 꿈이 많은 이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도시주의라는 말을 던진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중세부터 이어진 꼬불꼬불한 구도심의 길을 ‘당나귀의 길’이라고 부른다. 이런 길은 그때그때 되는대로, 힘이 덜 드는 길로 움직이는 게으른 동물과 그에 순응하는 인간의 합작품이다. 이렇게 느린 도시에서는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근현대의 삶이 자리 잡을 수 없다. 의식을 가지고 목적지로 똑바로 가려면, 길도 똑바로 펼쳐진 인간의 길로 만들어 내야만 한다. 그 위로 달리는 것은 가속도 붙은 승용차다. 근육의 속도에서 만족하지 않고, 가속을 지향하며, 시민들이 목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도시를 재편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 도시화의 길이다. “마모된 엔진”으로 전락한 구도심을 쭉쭉 뻗은 자동차 도로를 중심으로 완전히 재개발하는 것이 르 코르뷔지에와 그 수많은 후계자들의 꿈이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구도심을 채우고 있는 당나귀의 길이 가진 힘을 재발견하고 있다. 잘 가꿔진 당나귀의 길이 모인 구도심은 기꺼이 걷고, 또 멈춰서 모이게 한다. 시민들은 재미없는 곳, 위험해 보이고 불친절한 곳에서는 걷지도 모이지도 않는다. 때로 목적 없이 걷다가 멈춰서 주변을 깊이 살펴볼 이유와 여유가 있는 장소, 여러 종류의 목적이 얽혀 어떤 의도도 지배하지 못하는 공간.
─ 1장 ‘포항, 외톨이 역 현상’
옛 철길은 많은 이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서부경전선은 50년 전의 철도 여행을 체험할 수 있는 이색 여행지로 추천된다. 하지만 나는 이 구간에서 미학보다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리를 제공해야 할 철도의 사회적 기능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철길이 이렇게까지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다시 말해 아직까지 부산과 광주 사이 KTX가 없는 것은 단지 중앙 정부가 무관심해서는 아니다. 창원중앙~순천 사이 지리산맥과 섬진강을 넘는 구간은 2011~2016년 완공되었다. 문제는 인접 도시 간 교통량이 집중되는 부산~창원, 광주~순천 구간이다. 부산 방면에서는 다 건설된 터널 구조물이 지반 조건 때문에 깨졌다. 광주~순천은 이제야 보성을 거쳐 광주송정으로 빙 돌아 오는 노선이 2030년대 초 개통을 목표로 사업 중이다. 문제는 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2장 ‘광주, 조각난 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