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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은이)
  |  
민음사
2022-07-01
  |  
14,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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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책 정보

· 제목 : 콜센터의 말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7455896
· 쪽수 : 200쪽

책 소개

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이예은 작가의 에세이. 초보 상담원으로서 겪은 고충과 콜센터를 덮친 코로나19로 인한 혼란뿐만 아니라 콜센터에서 사용하는 매뉴얼화된 존경어와 겸양어가 실망과 기대, 안도와 우울 같은 생생한 감정들과 대비되며 만들어 내는 묘한 울림이 특히 감동적이다.

목차

프롤로그 7
1장 콜센터 상담원의 말
합격 의자에 앉지 못한 내게 —대단히 유감이지만 17
어쩌면 콜센터는 내 운명 —잘 부탁드립니다 25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말 —폐를 끼쳤습니다 31
새롭게 발견한 사과의 이유 —사과드립니다 39
콜센터 KPI의 모순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47
시프트 근무의 기쁨과 슬픔 —좋은 아침입니다 54

2장 코로나 시대의 말
코로나19가 불러온 여행사 환불 전쟁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63
어느 날 찾아온 정리 해고 —부득이하게 70
마음이 놓이지 않는 이상한 말 —괜찮습니다 76 
팬데믹 시대 여행사에서 일한다는 것 —또 이용해 주세요 84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의 우여곡절 일대기 —죄송합니다 91
얼마나 더 노력해야 괜찮아질까 —힘낼게요 99

3장 고객의 말
목소리로 만나는 인연 —일기일회 109
상담원을 보듬는 따뜻한 한마디 —고마워요 116
초보 상담원을 울린 신칸센 고객 —정말 무책임하네요 122
상식이라는 이름의 환상 —제가 이상한 건가요 132
외국인 상담원이라는 무기 혹은 약점 —일본인 바꿔 주세요 141
호칭에서 드러나는 인격 —야, 너 148

4장 콜센터를 넘나드는 말
헤드셋을 벗던 날 —수고하셨습니다 157
도망치는 법을 모르는 당신에게 —무리하지 마세요 164
낯선 땅의 은인들 —협력해 주세요 171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 —있는 그대로 178
코로나 시대의 이별 —안녕 184
에필로그 193
추천의 글 197

저자소개

이예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5년부터 일본에 살고 있다. 와세다대학교 국제커뮤니케이션 연구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코로나 시대 일본 여행사에서 근무한 경험담으로 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에 선정되어 『콜센터의 말』을 펴냈으며, 『다카마쓰를 만나러 갑니다』, 『일본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공저), 『걸스 인 도쿄』(공저) 를 썼다. 인스타그램 @fromlyen 브런치 brunch.co.kr/@leeye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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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일본 회사의 불합격 메일은 일관된 형식을 띤다. 시작은 언제나 내어 준 시간에 대한 심심한 감사와 지원자의 역량에 대한 입바른 칭찬이다. 본론은 ‘대단히 유감이지만(誠に残念ではございますが)’이라는 말 뒤에 등장한다. 거듭 탈락 통보를 받다 보니, 나는 메일을 받으면 ‘유감’이라는 단어부터 훑는 경지에 도달했다. 이 단어가 포착되면 십중팔구 불합격이라는 뜻이다. 상냥함에서 비롯한 인사치레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유감이면 뽑아 주지.’라는 원망부터 생겼다.
(……)
콜센터에 입사하자 ‘대단히 유감이지만’이라는 문구를 습관처럼 쓰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 취업처럼 삶을 좌지우지하는 대단한 안건은 아니었다. 객실 층수를 미리 지정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고객에게 “대단히 유감이지만, 호텔에 문의하니 사전 지정은 어렵다고 합니다.”라고 안내하거나, 환불 불가 상품을 무료로 취소해 달라는 고객에게 “대단히 유감이지만, 예약 시 동의하신 규정에 따라 환불은 어렵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식이었다.(「합격 의자에 앉지 못한 내게」 에서)


자존심만 강했던 유년기의 나는 사과에 참 서툴렀다. 한 달 넘게 방학 숙제를 미뤄 온 걸 부모님께 들켰을 때나 연년생인 오빠와 싸우다 홧김에 심한 욕을 했을 때, 섬세하지 못한 말로 반 친구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도 사과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타인의 심정을 헤아릴 만큼 성숙하지 못한 데다 지는 듯한 기분이 싫었기 때문에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버티기 일쑤였다. 나이가 들어도 이 못난 성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직장 동료와 친구, 그리고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변명하기 급급했다.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지금껏 살아오며 괜한 고집 탓에 매듭짓지 못한 실수와 떠나보낸 인연이 숱하게 많을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콜센터에 들어온 뒤로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숨 쉬듯 용서를 비는 인간이 되었다. 고객이 각양각색의 사연을 들고 마치 맡긴 물건을 찾는 양 사과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새롭게 발견한 사과의 이유」 에서)


상담원의 입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습니다.”는 대개 ‘안 된다’의 완곡한 표현이다. 여행을 잘 다녀와서 운전 기사의 태도가 기분 나빴으니 전액 환불해 달라는 고객에게, 객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벽에 구멍을 뚫어 놓고 보상은 못 하겠다는 고객에게, 실수로 취소 버튼을 누른 뒤 홈페이지 오류라며 생떼를 쓰는 고객에게,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하고 운을 떼는 식이다. 듣기 좋은 포장을 한 겹 들어내면 결국 당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는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는 선언이다. ‘부득이하게’라는 표현은 고객의 요구를 받아 줄 수 없거나 그럴 필요가 없을 때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인사팀에서 발송한 전체 이메일에 이 ‘부득이하게’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직감이 들었다. 미사여구를 헤치고 다급히 확인한 본론은 이랬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부득이하게 인원 감축을 결정했습니다. 본인이 대상자인지 여부는 몇 시간 내에 발송해 드릴 이메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어느 날 찾아온 정리 해고」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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