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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57432
· 쪽수 : 456쪽
· 출판일 : 2024-08-09
책 소개
목차
8 아들딸의 시대 162
9 인삼장의 연회 297
종장 429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미년 만세 통에 여란이 학생은 서울에 없었죠? 우리 집은 종로통 복청다리 근처니까 만세 통 한복판에 산 셈인데 그때 서울 장안이 어땠는 줄 알아요. 참 장했다우. 특히 학생들 장한 건 말도 못 해요. 학생들이니까 그렇게 일제히 한꺼번에 일어날 수가 있지 백성들이야 마음은 있어도 제각각이지 합칠 재간이 없잖아요. 여학생들도 남학생들과 똑같이 발을 구르고 두 손을 높이 들어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부르는데 정말 장합디다. 조선 사람이 아니면 모를까 그걸 보고 같이 따라서 만세를 안 부를 수가 없었으니까. 다리 밑에서 거지가 쪽박을 두드리며 만세를 부르지 않나, 부엌에서 밥 짓던 여편네가 부지깽이를 휘두르며 뛰쳐나오질 않나, 그동안 가만히 죽어 지낸 게 부끄럽고 원통해서 제각기 나 여기 살아 있다고 외치고 나서는데 그 힘에 천지가 진동하고 고목나무도 살아나 춤을 추는 것 같더라구요.”
종상이에게 만주 땅은, 만주 땅 중에서도 조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간도 지방은 꿈의 고장이었다. 힘이 부쳐서 이루 다 개간할 수 없다는 무진장 넓고 기름진 땅, 조선 사람이 모여 사는데도 일본의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자치지역, 독립투사들의 의기가 충천하고 민족의 기상이 싱싱하게 살아 숨쉬는 곳, 그뿐일까 무력으로 당당하게 일본군과 싸워 대승한 별천지였다. 바로 두만강 너머에 그런 땅이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었고 언젠가는 마침내 그 기적적 기운이 햇살처럼 조선 땅에 퍼질 것을 믿고 싶었고 미리 확인해 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