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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57401
· 쪽수 : 1292쪽
· 출판일 : 2024-08-09
책 소개
목차
1권
초판 작가의 말 5
1 전씨가의 사람들 11
2 동해랑의 낙조 104
3 묵은 것과 새로운 것 258
2권
4 풍운의 화촉 7
5 어머니의 아들 255
6 풍진세상 371
3권
7 적선정 나으리 댁 사람들 7
8 아들딸의 시대 162
9 인삼장의 연회 297
종장 42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태임이가 이 나라 여자들과는 다르게 살길 바랐다. 이 나라 여자들이 빈부, 귀천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쓰고 있는 숙명적인 굴레에서 태임이만은 풀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여자들이 살아온 것과 다른 삶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그런 삶을 예비해야 되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미구에 여자들의 삶도 달라지게 되리란 막연한 예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나라 안팎에 감도는 심상치 않은 풍운이 다만 왕의 성이 바뀌는 역성혁명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과도 상통하는 그만의 현실감각이었다.
-1권
“그 사람은 당장 숨이 넘어갈지도 모를 만큼 위중한 것 같았어요. 그런 중에도 헛소리를 지르는 게 밖에까지 들렸어요. 그 도적놈들은 왜놈들이었다고 나막신 신은 걸 똑똑히 보았노라고 외치더군요. 그대로 죽게 할 순 없었어요. 누군가가 그의 말을 믿어 주지 않으면 그는 아마 죽어서도 눈을 못 감고 원귀가 되어 떠돌아다닐 것 같았어요. 그때 그에게 필요한 건 약이나 침보다 그의 말을 참말로 믿어 주는 사람이었어요. 전 들어가서 그에게 다짐했어요. 그의 말을 믿는다고, 그가 죽어도 내가 그 말을 증거하겠노라고요. 그게 뭐가 나빠요, 할아버지.”
-1권
좋은 날씨를 풍파 없이 화락한 금슬로 비유하고 바라는 것처럼 흔하고 듣기 좋은 덕담도 없었다. 이제부터 좋은 음식과 향기로운 술과 입심 좋은 덕담이 넘칠 차례였다.
홀로 승재만이 고약한 생각에 시달리고 있었다. 입신양명에 대한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보다 훨씬 못할지 모른다는, 여지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의구심이 그것이었다. 그건 도저히 위로받을 수 없는 열등감이었다. 같은 처지로 알고 동고동락하던 종상이가 하룻밤 새의 개성 부자 노릇을 하는 걸 보고 느낀 배반감과 열등감에는 그렇게도 신효한 치료제가 돼 주던 출세에의 집념이 이렇게 보잘것없어질 줄이야.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비하면 그건 구질구질하고 징그러운 욕심에 불과했다.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