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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7454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6-05-29
책 소개
목차
보글 7
작가의 말 162
추천의 글_정용준(소설가) 164
추천의 글_선우은실(문학평론가) 16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 중 하나가 다른 하나의 손가락을 잡고 뺨을 붙이면 언제고 우리는 달라졌다. 우리끼리만 아는 신호가 있었다. 손가락을 두드리면 입을 더 벌리자는 뜻이고 손끝을 잡아당기면 삼키자는 뜻이었다. 뱀이 먹이를 먹듯 우리는 입을 한껏 벌리고 조금씩 먹이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목구멍이 가득 차면 구멍을 좁혀 목에 걸린 덩어리를 내려보냈다. 목에 닿는 감각이 일순간 사라지고 약간의 온기와 비린 향이 남았다. 혀로 입천장과 잇몸을 더듬는 사이 입 밖에 흘러내린 침이 마르고 시큼한 냄새가 한층 짙어졌다. 따로 떨어져 나온 우리는 입가를 문지르다가 이내 옷자락을 당겨 서로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
손톱 아래, 등골, 발목 위, 궁둥이와 허벅다리가 닿는 부분을 비롯해 별별 곳에 동그랗게 솟아나는 부스럼을 우리는 보글이라고 불렀다. 보글이 커지는 동안에는 가려웠다. 만지거나 꼬집으면 통증도 느껴졌다. 다 자란 뒤에는 열감만 있다가 갑작스럽게 터졌다. 터지고 나면 하루 만에 상처가 아물고 흉터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그 행위를 뱉는다고 표현했다. 오늘 육교에 서서 과자를 먹다가 보글이 터졌어. 내가 뭘 뱉었게.
언니는 매번 새끼손톱 반만 한 씨앗을 뱉었다. 씨앗은 귓불에서, 손가락 끝에서 후드득 터져 나왔다. 언니는 씨앗을 버리지 않고 습기가 없는 곳에 모아 두었다.
글쎄, 그때는 나도 네 엄마도 너무 어려서 뭘 몰랐어. 아이를 원한 적도 없지만 어떻게든 키워 보자 했지. 근데 네 엄마는…… 그 작은 애가 내 마음을 다 읽는 것 같았거든. 지금이라면 다르겠지만 그땐…….
할머니가 고개를 저었다.
자기 손으로 짐을 싸서 떠나는 애를 어떻게 말리겠니. 어쩌면 그렇게 해야 둘 다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엄마는 자기를 낳아 준 사람이 없다고 했어요. 세상에 그냥 나왔다고 했어요.
할머니가 내 차를 가져가 한 모금 마셨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
우리는 해가 뜰 때까지 무대처럼 동그란 빛이 내린 식탁을 바라봤고 그날은 할머니와 나의 또 다른 비밀이 되었다.




















